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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키네]. 본문

MAPLE

[하마키네].

브루나 2017. 8. 9. 19:05

 “잠깐 한 대만 하고 올게요.”

 

 다녀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배웅하는 목소리는 알코올에 잔뜩 젖어 상기된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매콤한 부대찌개의 냄새로 가득 찬 술집을 나와 어둑한 골목 어귀에 자리를 잡고 등을 기댄다. 방금 지나간 겨울에 등은 차가웠고, 그 차가움을 뼛속 깊이 느끼며 입에 문 담배 끝에 자그마한 불씨를 옮겼다.

 

 후우. 몸 전체로 옮겨갈 것 같던 독한 연기가 입 밖으로 나와 밤하늘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보석이 총총 박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던 그곳과 다르게 땅이 너무 밝아, 또 공기가 너무 더러워 보이지 않는 별들이 못내 아쉽다. 그러다 어이없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땅바닥으로 돌렸다.

 

 서늘한 공기에 매연을 잔뜩 배출해주며 언 손끝을 비볐다. 이제 봄이 될 만도 한데. 벌써 여름이 1/3이나 차지했다고 한 주제에 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오래도 가는 것 같았다. 결국 여름에는 겨울이 언제 오냐며 또 한탄하겠지만, 현재의 감상으로는 하루 빨리 여름이 오길 바란다.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내쉰다. 그 틈새로 새어나오는 흰 연기는 독성이 잔뜩 들어가 있을 테다. 당신이 있었을 때는 손도 대지 못했던 그것이 이제는 아주 쉽게 손에 쥐여진다. 문득 자조가 나왔지만 그것을 연기와 함께 내보냈다. 이 행위는 반년 새 익숙해진 행동이었다. 당신이 존재했던 때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행위. 정신을 흐트리는 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독하지 않은 것이라면 꽤 즐기는 편이었지만, 취할 때마다 당신이 정신의 표면으로 올라와서 곤란하다. 더 이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절이다. 벌써 1년이나 지났다. 1년이 지났고, 당신의 흔적은 사라져간다. 그러니 이제 마음에서 잊혀져도 좋을 텐데.

 

 ‘키네시스.’

 

 아, 또다.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취한 것을 보니 이제 이것을 핑계로 집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피우지 못한 담배가 아까워 잠시 동안 골목에 있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돌아가면 혼자일 테고, 누구도 신경 쓸 이가 없었다.

 

 ‘키네시스.’

 

 그 이름은 부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이제는 잃어버린 능력과 그 능력을 이용해 바보처럼 히어로라며 자신만만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자신만만한 것은 다르지 않지만 그때는 조금 더 심했던 것 같다. 그쪽이면 몰라도 이곳에서는 자신이 가장 강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었으니까. 당신 덕에 그것을 강하게 부정당했지만.

 

 당신을 만나고 저 하늘의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곳에 갔던 기억이 문득 나서 쪼그려 앉아 작은 돌을 지긋이 쳐다봤다. 떠올라라, 떠올라라, 떠올라라손톱만한 돌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괜히 부끄러운 마음과 짜증을 담아 돌 위에 담배를 비벼 껐다. 언제나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손으로 그것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기도 했고. 하지만,

 

 당신이 사라졌고, 그 흔적마저 사라져서.

 

 문득 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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