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슈레이]심해의 구원자 본문
깊고, 깊은 심해 속의 고요한 바닷물은 검은 빛만을 띤다. 탁했지만 언제나 빛나던 당신의 녹빛은 어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나. 탁한 검은 빛이 당신의 맑음을 가려 내 앞에서 당신이 사라진다. 후루야는 그것이 싫고, 또 싫었다. 제 앞에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존재의 불완전함이 싫어서 제 손으로 그것을 돌려놓고자 했다.
퍽,
그들이 익숙하게 듣는 타격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자신마저 심해에 들어온 것 마냥 답답한 실내였지만 그 음성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이 생겼다고 느꼈다. 심해의 압박 사이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한 번 깊은 바다를 마주했다.
딱딱한 광대뼈가 닿아온 손등의 뼈 대신 손끝이 찌르르 울려왔다. 네 존재만으로도 이리 떨리지만 그 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지 않는 당신은 싫다. 그래서 반대쪽을 한 번 더 때렸다. 이 손등으로나마 그 존재를 맛보기 위해, 퍽, 하고. 이미 돌아가 있던 고개가 반대로 돌아갔다. 괜히 떠올려보자면 내가 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절대 가만히 맞고만 있지 않았다. 당신도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손을 뻗었더랬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렇게 있는 건데?
후루야의 마음속에서 닿지 않을 물음이 울려 퍼졌다. 울음을 닮은 물음이었다. 손은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제 앞의 심해로 뻗어나갔다. 커헉, 하며 고통을 담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심해에서 끄집어내려는 노력은 멈춰지지 않는다. 말갛고 말간 그 녹빛이 보일 때 까지 손을 움직일 셈이었다.
시간은 그렇게 지났고, 심해는 너덜너덜한 상태에서도 그 모습을 거두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달라는 약해빠진 소리가 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것도 ‘심해’가 조종한 거지요? 알고 있다며 후루야는 미소 짓는다. 그것은 잘못된 방안이 아니었다. 너무나 옳고 곧아서 심해가 괴로워 도망갈 때 쯤, 반짝이는 녹빛이 심해의 사에서 흘러나왔다.
아카이, 날 봐요.
미약한 반짝임이 푸른색 눈동자와 마주쳤다. 푸르고, 푸르게. 그의 푸르름은 심해의 어둠을 밝히고 비췄다. 몽롱한 듯 아름답게 끔뻑이는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심해가 몰아내지는 그 광경은 기이하게 아름다워서 후루야의 눈동자는 깜빡여지지 않았다. 실내의 그 누구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눈동자는 단 일순간도 닫히지 않은 채 서로의 푸르름을 담뿍 맛볼 뿐이었다.
…다음에 또 하면, 난 또 이렇게 할 거에요.
당신 몸은 튼튼하니까, 난 정신을 맡아줄게요. 그제야 눈꺼풀이 닫히며 둥그랗게 휘어졌다. 아무런 장비 없이 무언가를 가격한 손도 욱신거리고 아팠지만 지금은 이 만족감이 가슴을 가득 채워 다른 고통이나 행복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래.
아카이는 푸르름이 돌아온 그 눈동자를 힘겹게 굽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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