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슈레이]어느 겨울날의 커피 한 잔 본문
아카아무 는(은) 신나는(한) 분위기로 커피컵, 담요 과(와) 그런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라는 멘트가 들어가게 연성합니다
*신나는 건 좀 무리라 그냥 잔잔하게
*의식의 흐름이 흘러갑니다… 흘러갑니다… 레드썬
아카이는 소파에 앉아 자신의 어깨에 기댄 후루야의 발끝이 조금 꿈틀거리며 안으로 곱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눈을 잠시 의심했지만 실버 불렛이라 불렸던 사내의 시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한 번 더 꼬물거리는 발끝을 바라보고 슬그머니 웃자 후루야의 시선이 의문을 띄며 아카이의 얼굴로 향했다.
후루야는 소위 말하는 아기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겨울에도 손과 발은 따뜻하게 유지되며 아카이의 차가운 손을 녹여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역으로 추위를 잘 느끼는 것은 후루야였다. 오히려 따뜻한 체온을 가지고 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추위에 더 민감하고 추위에 잘 반응해 겨울에는 꼭 언제나 입는 운동복 위에 도톰한 니트 가디건 하나를 입고 침대에 들어갔다.
그래도 발은 언제나 시렵다고 겨울만 되면 새우잠을 자기에 아카이는 꼭 그럴 때 마다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는 했다. 처음에는 차가운 기온에 잠시 떨다가도 후루야의 체온이 아카이에게로 넘어가 조금 시간이 지나면 굽어있었던 등을 폈다. 그렇게 안정되는 것을 보고 아카이는 꼭 이마에 입술을 문댔다.
그런고로, 아카이는 슬쩍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등에 꽂히는 매서운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에는 심플하게 침대와 옷장만이 존재했다. 적당히 묵직한 나무 옷장의 문을 열자 구석에 가지런히 접혀있는 두 장의 담요가 있었다. 한 장은 이불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도톰하고 커다란 것이었고, 또 다른 한 장은 크기는 했지만 얇은 소재로 되어있어 추위를 타는 후루야가 초봄이나 늦가을 때에 잘 사용하는 것이었다.
도톰하고 부들부들한 담요를 꺼내든 아카이는 그것을 들고 나가 눈을 끔뻑거리는 후루야의 다리를 소파 위로 올려놓고 담요를 주위에 둘러버렸다. 순식간에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어 반응도 못하고 정말 눈만 데록데록 굴릴 수밖에 없게 되자 후루야는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향하는 아카이에게 이상한 눈초리를 쏘아 보냈다.
“뭡니까?”
“자네가 추워 보이길래.”
눈은 좋아가지고. 아카이의 말없는 다정함이 자신에게 향해있는 것을 알기에 밉지 않게 투덜거린 후루야는 폭신한 담요에 몸을 묻었다. 목과 얼굴에 닿아오는 촉감은 조금 낡아있었지만 좋은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아카이는 고양이가 얼굴을 문대는 것처럼 담요에 볼을 문질거리는 후루야를 보자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커피를 내리는 손길이 조금 빨라졌다. 두 잔의 커피를 내리자 집 안이 커피 향으로 가득 찼다.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은 씁쓸한 향에 아카이는 조금 온기가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커피가 든 머그컵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들어 작은 테이블로 옮겨 후루야에게 가져다주자 팔을 담요의 밖으로 꺼낸 후루야는 머그컵을 자신의 무릎 사이로 가져 와 후후 불었다. 집 안에서도 뜨거운 커피의 김은 확연하게 보였다.
그렇게 뜨거운데도 불구하고 후루야의 커피는 아카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아카이는 고양이 혀가 아니었다. 특별히 뜨거운 것을 마시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대의 속도가 월등하게 빨랐다. 후루야는 대략 10분 만에 뜨거운 커피를 반 쯤 마시고 테이블에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머그잔을 내려놓은 후루야는 자신의 몸에 둘둘 말린 이불을 완전히 풀어내고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어느 정도 따뜻해진 것으로 보여 아카이는 저지하지 않았다. 주방으로 간 이유를 알고 싶어 기웃거리듯 허리를 세우고 바라보자 후루야는 어디선가 초콜릿을 꺼내 녹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로 토오루일 때에도 커피에 초콜릿을 넣어 마시는 것을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후루야는 카카오 함유량이 낮은 달콤한 초콜릿을 중탕시켜 완전히 녹인 다음 따뜻한 우유를 조금 넣어 빨리 굳지 않게 했다. 그렇게 굳지 않도록 빠르게 섞은 후 녹인 초콜릿을 들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고서 커피에 초콜릿을 모두 부었다. 숟가락으로 싹 긁어 넣은 후 커피를 슬슬 젓자 커피의 점성이 약간 올라갔다.
아카이는 그 일련의 과정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자세하게 과정들을 본 적은 없었다. 봤다고 해도 이미 녹인 초콜릿을 커피에 넣어 섞는 것뿐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을 행하는 후루야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본 것에 가깝지만. 그 시선이 꽤나 강하게 느껴져 후루야는 장난식으로 웃으며 말했다.
“왜요? 드릴까요?”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네.”
“뭐, 알고 있었어요.”
아카이는 자신보다 훨씬 빠르게 줄어드는 후루야의 커피를 보며 커피를 다시 내려줄까 물었다가 거절당했다. 홀짝홀짝 마시다가 결국 다 마셨는지 안에서 똑똑 떨어지는 초콜릿을 마지막으로 입술을 혀로 훑은 후루야는 컵을 내려놓았다. 아쉽게 남은 초콜릿들이 머그컵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다.
느릇한 커피의 온기와 초콜릿의 달콤함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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