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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Sweet dream, my Dear. 본문
*의식의 흐름 주의
자, 시작으로 한 번 돌아가 보자. 아카이는 기본적으로 천재 타입이었고, 후루야는 범재와 천재 그 사이에서 노력을 더해 천재로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후루야가 아카이를 천재라고 인식했을 때 꽤나 기분이 상했으며 자신이 저 인간보다 못하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아카이의 IQ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저 그렇게 넘겨버릴 수 있는 것들도 아카이는 세세하게 모두 다 기억하고 있었다.
후루야가 아카이의 다크서클과 IQ를 연관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이었다. 우연히 어디선가 IQ가 높은 사람은 뇌를 잠재우는 것이 오래 걸린다고 하는 것을 들었고, 실제로 아카이는 잠에 들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정황이 맞아들어 가기에 후루야는 그것에 가능성을 두었다.
후루야가 면밀히 관찰을 해 알아낸 아카이가 특별하게 잠을 잘 못자는 날은 임무의 강도가 세거나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날이었다. 이런 것도 그 가설에 힘을 더 실어주었지만, 그 가설은 후루야의 머릿속에만 있었던 것이기에 온전히 후루야의 생각으로 남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특별’한 날인 것 같다.
후루야는 꾸벅꾸벅 감기려는 눈꺼풀을 들어 올려 집에 들어왔다. 삐리릭, 손끝에서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미약한 진동이 느껴지며 그 작은 잠금장치는 집의 출입을 허가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흘려버리듯 바라본 거실에 걸린 시계는 시침이 3과 4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해 있었다. 지금쯤이면 자고 있겠지. 후루야는 흐느적거리며 침실로 들어갔다. 아카이는 곧은 자세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응, 자고 있는 것 같네.
후루야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제일 먼저 가방을 옆에 있는 가방걸이에 걸어놓은 후 옷을 차근차근 벗었다. 넥타이를 풀어 그 자리에서 돌돌 말아 정리하고, 셔츠와 바지는 각을 잡아 옷걸이에 걸었다. 누가 보면 결벽증이라도 있는 줄 알겠지만 이 버릇들은 그가 장기간 임무를 맡았을 때 아무런 생각 없이 정리를 하지 않았다가 집이 쓰레기장이 되는 바람에 열심히 고쳐나간 것이었다. 꽤나 큰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이었다.
슬슬 시야가 휘청거리는 것이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대로 저 침대에 다이빙해 수면의 늪으로 빠져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내일 오후가 될 때까지 씻지도 못한 채 그대로 기절할 것임이 틀림없었다. 씻고 편하게 자자…. 후루야는 거의 알몸인 상태 그대로 속옷과 잠옷―으로 쓰이는 가벼운 운동복―을 들고 침실에 딸려있는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부스에 들어가 물을 틀자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나와 후루야의 몸에 오도독 닭살을 만들었다. 후루야는 순식간에 샤워헤드를 돌려버리고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물이 따듯해 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덕분에 잠은 좀 깬 것 같았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손을 슬쩍슬쩍 대가며 온도를 맞춰 적당한 온도가 되었을 때 다시 샤워헤드를 돌렸다.
몸에 닿는 물들이 적당히 따스한 온기를 가지고 있어 몸을 사르르 녹였다. 지금 원하는 바로써는 욕조에 물을 받아 몸을 푹 담그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잘못하면 죽음을 한 번 경험할 것 같았기에 샤워로 만족하기로 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물이 받아지길 기다릴 때 까지 잠들 것 같았다.
찬물로 깨워졌던 정신이 노곤노곤하게 풀려갔다. 정신이 말랑말랑하게 풀리는 것을 느끼며 후루야는 손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샤워는 빠르게 끝났다. 온 몸이 촉촉하게 젖어서 몸이 더 무거워진 것 같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아내고 옷을 입었다. 옷이 몸에 남은 수분기를 빨아들여 약간 젖는 것이 느껴졌지만 상관하지 않고 머리를 털었다. 색소 옅은 머리카락이 탈탈 터는 조금은 거친 손길에 약간 흩날렸다.
양치질을 마치며 입에 들어있던 물을 뱉자 머리가 약간 띵했다. 익숙한 통증이다. 이제 이대로 침대에 들어가 잠에 빠진다면 사라질 통증이기도 했다. 후루야는 어깨에 대충 수건을 걸쳐놓고 빨랫감을 집어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아카이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바른 자세로 누워있었다. 무슨 사람이 잠꼬대도 없냐. 후루야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침대 옆으로 다가가 빨래를 모아놓는 통에 손에 들린 빨래를 넣고 어깨에 걸린 수건을 팔을 들기도 귀찮아서 손끝으로 슬쩍 들어 올리려다 결국은 바닥으로 떨어트려버리자 후루야는 얼굴을 구겼다. 작은 귀찮음을 피하려다 더 귀찮은 상황을 초래한 꼴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굽혔다. 징, 손끝에 수건이 닿았을 때 머리가 울렸다. 누군가가 뒤에서 머리를 커다란 망치로 후려치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다리가 풀린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앞이 조금 흐려졌고, 약간의 이명이 귀에서 울려 퍼졌다. 눈으로 보이는 광경과 현실의 차이가 조금 나는 것 같았다. 이대로 쓰러져서 자면 내일 아카이가 일어나서 걱정할 텐데. 후루야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만 지나가서 비식 웃었다.
“기절하는 도중이면서, 뭐가 그렇게 웃긴 건가?”
이명이 작렬하는 귀에 익숙한 톤의 저음이 들려왔다. 흐려지는 눈을 조금 꿈뻑거려 눈앞에 끼인 서리를 닦아내고 앞을 보자 올리브색의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에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하자 허리에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단단한 팔이 후루야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아카이는 그 손을 허리에서 어깨쯤으로, 또 다른 손을 무릎 뒤에 넣고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자는 거 아니었어요?”
“음, 자네가 와도 자려고 했지. 기절하려는 걸 보기 전까진.”
“제가 문제인건가요.”
그럴 리가. 아카이는 낮게 웃으며 후루야를 침대로 옮겨갔다. 점잖게 들어 올린 것처럼 점잖게 내려놓아 꽃잎이 닿는 것처럼 부드러운 이불이 피부에 사르륵 감겨왔다. 후루야는 얼굴을 그곳에 몇 번 문대다가 옆에 누운 아카이의 품속으로 꼬물꼬물 들어갔다. 아카이는 약간 쓴 웃음을 지었다.
“어어, 그렇게 웃지 마요. 어차피 나도 좋으니까….”
때때로 후루야는 잠에 잘 들지 못하는 아카이의 품에 안겨 잠을 청하곤 했다. 그렇게 체온이 맞닿은 상태에서 아카이의 수면이 조금 더 수월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기도 했고, 후루야 자신이 자신을 감싸는 온기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비밀스런 이유도 있었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있는 태아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카이에게 닿을 일은 없을 후루야만의 조심스러운 비밀이었지만 그것이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것만은 진실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의 고동은 곧 같은 박자를 가지고 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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