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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아카아무 연성문장(2)-happyness 본문

AKAM/단편

[슈레이]아카아무 연성문장(2)-happyness

브루나 2016. 11. 9. 00:01

아카아무 진단:‘형광등 불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는 여태까지 무엇을 한 거지?’




*검은조직 괴멸 후

*신혼주의

*달달주의

*의식의 흐름 주의




 후루야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 옆자리에서 느긋하게 잠들어 있는 아카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아카이의 잠버릇은 어떻게 하던 왼손이 머리 쪽에 가는 것이었는데, 잘 보면 귀여울 때가 많아서 일부러 일찍 일어날 때도 있었다.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손은 왼쪽 볼을 약간 누른 채로 있었다. 마치 턱을 괴고 있는 것 같아 후루야는 웃으며 아카이의 이마에 뽀뽀하고 일어나 주방으로 제일 먼저 향했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어제 봤던 양송이 스프로 할까. 잠시 메뉴에 대해서 고민하던 후루야는 금방 고민을 끝마치고 냉장고에서 재료들을 꺼내 손질을 시작했다. 아카이와 후루야가 각각 FBI와 공안을 그만둔 지 3달이 지나가는 지금, 둘은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실제로 결혼은 몇 년 정도 후에 네덜란드로 가서 올리기로 했고, 지금은 느긋하게 생활을 즐기며 조금씩 돈을 불리는 중이었다―머리가 좋은 두 사람이 모여 주식을 조금 만지니 어느 새 원래 가지고 있던 돈의 5배가 되어 있었다―.


 사실 미국으로 가서 식을 올리는 것도 생각은 해보았지만, 그쪽에는 아카이를 아는 사람이 꽤나 많았던 탓에 아예 안전한 나라로 빠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지구의 반대편을 골라버린 것이었다. 메리도 오히려 미국보다는 그곳이 낫겠다 싶었는지 허락했고, 마스미와 슈키치는 아카이의 선택이라면 존중한다며 오히려 후루야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제대로 들어보니 아카이의 곁에 있어줄 사람은 영영 없을 줄 알았는데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인 것 같았다. 도대체 저 인간은 동생들한테까지 인식이 어땠던 걸까.


 스프가 슬슬 끓기 시작할 무렵, 아카이는 어슬렁거리며 방에서 나왔다. 그대로 고소한 냄새가 나는 주방으로 직행하자 후루야가 앞치마를 입은 채 요리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아카이는 충동적으로 뒤에서 후루야를 끌어안았다.


 “결혼하자, 레이군.”
 “푸핫, 이미 결정 난 사항이거든요?”
 “…아.”


 후루야는 멍 정신의 아카이를 낄낄거리며 놀리고 빵이나 구워 놓으라며 주방에서 내쫓았다. 아카이는 고분고분 후루야의 명령대로 식빵과 접시를 들고 식탁으로 가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이 영락없이 주인한테 혼난 개의 느낌이라 후루야는 풋 웃고 스프를 마무리 지었다. 음, 맛있다. 적당하게 간이 맞은 스프를 맛보고 접시에 담은 후루야는 열심히 후루야가 준 명령을 이행하고 있는 아카이의 앞에 앉았다.


 “어때요?”
 “맛있어.”


 즉답이다. 이번에 시도해 본 스프가 진짜 마음에 든 것 같았다. 후루야 자신이 생각해도 이번 스프는 잘 된 것 같았지만 아카이가 이렇게 즉답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내일 또 해줘야겠다.


 후루야는 즐겁게 웃으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주제는 없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기분에 따라 그 주제는 계속 바뀌었지만 아카이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후루야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번엔 전 상관의 욕을 하던 후루야는 눈을 내려 스프 접시를 긁다가 눈을 올린 순간 보인 아카이의 표정에 말을 멈췄다.


 “…? 레이군?”
 “아… 진짜.”


 그 표정은 반칙이에요. 귀와 목까지 발갛게 물들인 후루야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식어버린 스프를 입속에 열심히 쑤셔 넣으며 후루야는 얼굴의 발간 기운을 없애려 노력했다. 얼굴이 그럭저럭 돌아왔을 즈음, 아카이와 후루야는 정리를 시작했다. 식탁 위를 치우다가 아카이와 눈이 마주치자 또 아까의 표정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얼굴이 다시 뜨거워진 것 같았다. 아 진짜!


 겨우겨우 식탁 정리를 끝내고 뒤를 돌자 아카이가 소파에 앉아 옆자리를 폭폭 두드리고 있었다. 폭신한 소파는 별로 큰 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지만 그 손짓이 무슨 뜻을 뜻하는 것인지는 알고 있기에 후루야는 총총총 걸어가 아카이의 옆에 앉았다. 아카이는 후루야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만든 채 TV를 켰다. 커다란 화면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큰 사건 없이 평화로운 뉴스였다.


 아 맞아. 오늘 장보러 가야해요. 계란과 몇몇개의 식재료가 떨어진 것을 떠올린 후루야는 아카이에게 기댄 채 말했다. 어차피 일을 그만두니 별로 할 것도 없어 점심을 먹기 전에 다녀오면 될 것 같았다. 사야 할 식재료들을 핸드폰의 메모에 적으며 고민하는 후루야를 보고 아카이는 씩 웃었다.


 “나도 같이가지.”
 “음, 좋아요.”


 대신 카트는 아카이가 끄는걸로. 후루야는 웃으며 덧붙였고, 아카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채널을 돌렸다. 돌리다가 우연히 나온 채널에서 요즘 인기인 예능을 하기에 아카이와 후루야는 채널을 멈추고 조용히 시청했다.


 후루야 자신은 잘 몰랐지만, 후루야는 무언가 영상을 틀어 놓으면 그곳에 빠지는 습관이 있었다. 옆에서 어떤 짓을 해도 알아채지 못해 아카이는 자신의 곁에 후루야를 두고 TV시청하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자신이 어떤 눈빛으로 보고 있는지,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아카이는 마음껏 손을 후루야의 허리에 감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후루야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표정과 눈빛을 알아채고 부끄러워 하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지금처럼 무언가에 집중해있는 상태도 좋았다. 아카이의 뇌속에 후루야는 꼭 어딘가에 집중을 잘 하고 무언가 잘 잡아내는 느낌이어서 그런 것일까. 그런 것은 잘 몰랐지만 아카이는 그저 이 상황이 좋을 뿐이었다.


 후루야는 TV에 집중하고 아카이는 후루야의 몸에(?) 집중하자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것을 먼저 알아챈 것은 아카이였다. 어느 새 시간이 몇 시간정도 지나간 것을 알고 아카이는 후루야에게 말했다. 레이군, 시간좀 보게. 후루야는 어느 새 지나간 시간에 놀라며 옷을 갈아입고 나오라고 아카이를 드레스룸으로 밀어넣었다. 아카이가 나오자 이번엔 자신의 차례였다.


 후루야가 드레스룸에서 나오자 아카이는 손을 내밀었다. 피식 웃은 후루야는 그 손을 맞잡았고, 둘은 다정하게 마트로 향했다.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그때였다.


 “꺄악!! 소매치기야!!”


 후루야와 아카이는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한 여자가 손가락질을 하는 곳의 끝에는 빠르게 그들의 방향으로 도망쳐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아카이는 빠지겠다는 듯 슬쩍 비켜섰고, 후루야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남자가 다가오자 다리를 걸어 중심을 잃게 한 후 넘어지자 어깨를 뒤로 돌려 제압했다. 역시 깔끔하군. 아카이가 웃으며 말을 하자 후루야는 피식 웃었다. 이정도야 껌이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여자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활짝 피어있었다. 후루야는 뿌듯함을 느끼며 경찰에게 남자를 넘기고 다시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레이군, 자네는 여전히 단련을 하고 있는 건가?”
 “뭐… 안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그러는 당신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부정은 못하겠군.”


 후루야와 아카이는 그렇게 마트에 가서 적당한 식료품들을 사 돌아왔다. 쓸모없는 것들을 사려는 아카이를 후루야가 막았고, 콘돔을 몇 박스 챙기는 아카이를 보고 후루야는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그래도 이 일상이라는 것은 꽤나 달콤하고 행복해서 그냥 넘어갔지만.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한 사람만 말이 많은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그것은 별로 거북하거나 낯설지 않은 것이었기에 누구도 그 대화법에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아카이는 조잘조잘 말하는 후루야가 귀여웠고, 후루야는 조용히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아카이가 좋았다. 그저 그런 것 뿐이었다.
 둘은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했다. 집에 원래 있던 밥과 반찬에 미소국을 하나 끓여 함께 먹은 것 뿐이었다. 저녁에 아카이 가족들과의 식사가 예정되어 있어 예상보다 늦게 된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후루야는 적당히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며 이미 소파에 앉아있는 아카이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딱딱하지만 꽤 부드러운듯 해 불편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눕자 눈 앞에 아카이의 얼굴이 바로 자리했다. 후루야는 행복했다.


 후루야에게 행복이라는 것은 꽤나 낯선 것으로, 절대 익숙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이 아프진 않았지만 문득 조금 후회가 되긴 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로도 이렇게나 행복할 수 있는데 자신은 너무 큰 꿈을 꾸어서 그간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후루야는 멍하니 흘러가는 의식에 아카이의 얼굴에서 눈을 떼고 천장으로 눈을 돌렸다.


 “레이군?”


 아카이가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는 후루야를 불렀다.


 “아아, 아니에요. 여태까지 이런 행복도 모르고 대체 뭘 했나 싶어서요.”


 아카이는 후루야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분명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모두 다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 자신들이 다치고 힘들어했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해야 한다는 것처럼 검은 조직에 잠입해 있을 때에는 몇몇의 사람을 죽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모두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다. 아카이는 무릎위에 울려진 후루야의 밝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이런 행복을 몰랐다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이 행복을 몰랐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 또한 이 행복이 우리가 힘들어 하며 지킨 것이기에 또 더 행복한 것 아니겠나.”


 후루야는 아카이의 말을 듣고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선 픽 웃었다. 그 말이 맞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이 일본을 지켰기에 지금의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었다. 아 진짜. 망할 (전)FBI주제에 멋있는 말은 다 골라서 한다. 후루야는 몸을 돌려 얼굴이 아카이쪽을 향하게 누워 아카이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짜증나게 멋있어… 아카이는 웅얼거리며 자신의 배에다 대고 말하는 후루야를 토닥였다.


 정말로 평화로운, 두 사람 모두가 행복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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