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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윤기준]불닭볶음면 본문

AKAM/단편

[상윤기준]불닭볶음면

브루나 2016. 11. 9. 00:01

*캐붕주의

*짧습니다



이상윤이 아무 생각 없이 ‘그것’을 꺼내든 계기는, 확실히 강준영의 영향이 컸다. 강준영은 언제나 아무런 반응 없이 그것을 입에 넣었고, 씹고, 목구멍으로 넘겼다. 주위에서 챌린지로 여겨질 만큼 맵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본 반응은 평범하게 조금 맵다는 인상을 남길 뿐이었다.


그랬기에 현재 이 상황은 강준영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다. 상윤은 얼굴에 열이 몰리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shit. 낮게 욕을 내뱉었지만 그것만으로는 풀리지 않아 그의 입에서 몇 개의 f words가 더 흘러나왔다. 이것은 생화학 무기임이 틀림없었다. 식량 보급로를 끊고 대신 이것을 보급해 적군을 모두 말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했다.


상윤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입에 들이부었다. 준영군, 이건 사람이 먹는 게 아닌 것 같아. 눈물과 함께 땀도 났고, 결국 한 입 먹은 불닭볶음면을 하수구에 버린 상윤은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그런데도 계속 입이 매워 상윤은 얼음을 입에 물었다. 진짜 다시는 보지도 않을 것 같았다. 준영군은 도대체 이걸 어떻게 먹는 걸까.


계속 입 안이 화끈거리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상윤은 베란다의 문을 살짝 열고 소파에 앉았다. 상윤의 눈가가 빨갛게 변했다. 그것을 화장실에서 거울로 확인한 상윤은 슬며시 미간을 구겼다. 곧 준영이 돌아올 시간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그는 상윤에게 그 이유를 물을 것이 분명했고, 상윤은 그것에 대비해 변명거리를 만들어 놓아야 했다. 자신이 울 이유가…… 상윤은 곰곰이 생각했다. 곰곰이, 계속, 준영이 돌아올 때까지.


“다녀왔습니다.”


삐리릭, 하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피곤한 듯 한 목소리가 뒤를 이어 들려왔다. 상윤은 지금까지 변명거리를 생각해내지 못한 자신의 뇌를 혼자서 타박하며 다녀왔나, 하고 대답을 돌려주었다. 준영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 같은 얼굴로 좀비처럼 걸어와 소파에 앉아있는 상윤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아, 살겠다…. 꾸벅꾸벅 감기려는 눈을 열심히 뜨며 상윤을 바라보던 준영은 조금 눈을 크게 떴다.


“이상윤, …울었어요?”


준영의 얼굴은 요상하게 변했다. 절대 자신의 앞에서 운 것을 보인적도, 울었다는 증거를 보인적도 없던 사람이었다. 아. 상윤의 눈은 슬슬 옆을 향했다. 준영은 대답을 피하는 그 행동에 상체를 일으켜 상윤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앞으로 끌고 와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이에요. 나한테라도 말해 봐요. 그렇게 말하는 준영의 얼굴이 정말 어떻게 말 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한 얼굴이었기에 상윤은 오히려 말을 꺼내기 부끄러웠다.


아니, 준영군. 자네가 먹는 걸 보고 먹었다가 매워서 울었다는 것을 말하기엔 내가 나이가 좀 많지…. 상윤은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준영의 눈은 올곧고, 순수하게 자신을 믿길 바라고 있었다. 상윤은 열심히 그 눈을 피하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애인의 눈에 지는 것은 상윤이었다.


“사실….”


상윤은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 점점 고개가 숙여지고, 언제나 바뀌지 않았던 얼굴색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 모든 진실을 털어놓고 상윤이 고개를 조금 들자 준영의 얼굴은 빨갛게 변해있었다. 아랫입술을 깨물고 들썩거리는 입을 막으려다 결국 실패한 준영의 입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튀어나왔다.


아하하하하하! 준영은 정말 숨이 넘어갈 듯 웃었다. 그것과 동시에 상윤의 얼굴도 점점 붉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 진짜, 이 사람 왜 이렇게 귀엽지. 하지만 웃음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크게 웃은 것 같았다. 임무 때문에 피곤했던 것이 날아간 것 같았다. 준영은 상윤을 엎어버리듯 안았다. 둘 다 뒤로 넘어지며 소파가 끼익, 하고 힘들다며 소리를 내질렀지만 둘은 무시했다.


그냥, 이 행복이 꽤나 재미있는 것이라서 결국은 둘 다 키득거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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