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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아카아무 연성문장(1) 본문

AKAM/단편

[슈레이]아카아무 연성문장(1)

브루나 2016. 11. 8. 23:52

-161001 완성



아카아무 의 연성문장은'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 또 싸워. 이젠 더는 참지 못해 지겨워.'입니다.






 정말 이 가벼운 싸움의 원인은 더위인 게 틀림없다. 푹푹 찌고 습한 일본의 더위는 아무리 능력이 좋은 공안 경찰과 FBI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짜증나. 후루야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그 말을 속으로 곱씹고 곱씹고 또 곱씹었다. 자신이 이 말을 밖으로 내뱉는다면 그가 또 오해하고 결국 그 오해가 산처럼 커져서 서로를 상처 입히는 말이 오갈 것이 분명하다.


 더위와 함께 내려앉은 익숙하지 않은 침묵이 무겁게 두 사람을 내리눌렀다. 언제나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있는 침묵은 말랑하고 포근한 분위기였기에 이만치 무거운 적막은 처음 느끼는 것이었다. 아니, 아니지. 생각 해 보면 이런 분위기가 꽤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은 많았고, 그 상태로 며칠 이상동안 이어지지 않았던 것 뿐 어느 정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침묵을 어떻게 없애느냐는 말인데…. 후루야는 좋은 머리를 데굴데굴 굴려대면서 익숙하지 않은 조용함을 타파할 방법을 찾았다. 후루야가 열심히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생각 할 때, 아카이는 조용히 후루야의 눈치를 살폈다. FBI의 동료들이 들으면 기겁할 행동이었다.


 ‘그’ 아카이 슈이치가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고 행동을 조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그의 동료들에게는. 조금 더 나아가서 조직에 잠복해 있을 때에도 노크라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적당히 행동했을 뿐 좀 더 높은 위치에 가기 위해서 눈치를 살피거나 비위에 맞춘다는 일은 절대 하지 않던 그였다.


 아카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후루야의 앞에서는 많이 약해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기도, 나쁘기도 한 일이었다. 그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좋았지만 그들의 직업 특성상 생기는 적대감을 갖는 자들에게는 좋은 미끼가 될 수 있었다. 물론 후루야도 절대 약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공안 경찰이지만 언제나 걱정이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서로에게 갖는 불안감이기도 하다. 언제나 혼자였던 그들에게 생긴 타인이라는 존재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과 동시에 불안의 근원이기도 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오는 적대감이 서로를 걱정하게 만들었다. 일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과 친한 지인들이 있기 때문에 타겟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불안들은 서로를 대하는 것에 노이즈를 만들어냈다. 아카이에게는 과도한 배려를, 후루야에게는 날카롭게 세워진 신경을. 그 근본은 불안감뿐만이 아닌 소통의 부재에도 있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후루야는 이렇게 이어지는 관계에 회의감과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다.


 만날 수 있는 시간도 FBI와 공안 경찰에게는 많지 않았다. 그런 귀한 시간을 쓸모없는 곳에 허비하는 것이 참 어이없기도 하면서 아까웠다. 후루야는 침대 끝에 가만히 앉아 고민했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헤어지고 싶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익숙해진 온기와 인기척이 사라졌을 때 얼마나 허탈함이 느껴지는지는 며칠 간 떨어져있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후루야는 슬쩍 아카이를 보았다가 곧장 고개를 돌렸다. 잠깐 봤을 뿐인데 화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아카이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무표정했지만 자신의 눈치를 본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 진짜. 오랜만에 보는 눈빛이었다. 아카이는 후루야와 싸우면 곧잘 후루야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저런’ 눈을 할 때가 있었다.


 ‘저런’ 눈이 무엇이냐 후루야에게 묻는다면 정확하고 간결하게 설명을 할 순 없었지만 그 느낌이 있었다. 간질간질하고, 애정이 그득 담겨있으면서도 그 애정을 주지 못해서 안달 난 느낌. 후루야는 그 눈을 볼 때마다 발끝부터 간지러운 느낌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눈치를 보는 쪽은 아카이의 쪽인데도 불구하고 저 눈빛을 보게 되면 후루야의 딱딱하게 굳어 절대로 틈을 내주지 않던 마음은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내렸다. 저 인간 일부러 저러는 건 아닐까. 오히려 그 쪽이 나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의 눈빛이 어떤지 모르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표정이라, 그게 오히려 후루야의 마음을 치고 나갔다.


 후루야는 뭔가 자신이 걸려든 것 같은 기분이라 조금 아카이를 놀려주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아예 마음에 없던 말은 아니지만 조금 날카롭게 나가 저 얼굴이 당황으로 물드는 것이 보고 싶었다. 자신이 자꾸 쪼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된 느낌을 느끼게 만든 벌이었다.


 “아 진짜… 지겹네요, 이젠.”

 “……”


 움찔. 아카이는 눈에 띌 정도로 동요하는 표정을 얼굴에 띄웠다. 아무로 토오루와 버본을 연기하던 후루야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후루야는 그 연기력을 열심히 아카이 놀리기에 쓰고 있었다.


 “우리 이렇게 싸우는 거, 지겹지 않아요?”


 후루야는 진지한 척 말을 잇다가 결국은 몇 초 후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카이는 진지한 분위기에 맞춰 헤어지자는 말이 나올 것 같아 얼굴을 잔뜩 굳히고 있었는데, 그것이 너무나 웃기다는 이유였다. 저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존재했는지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어서 그것마저 또 웃겼다. FBI에서도 상위의 능력을 자랑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하나하나 반응한다는 것이 꽤나 큰 재미를 가져와서 더 놀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이상 하면 과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헤어지자고 안 해요. 나도 이젠 당신이 없는 집은 낯설 것 같기도 하고.”

 “다행이군.”


 솔직하게 튀어나오는 답변에 후루야는 또 소리 높여 웃었다. 아 진짜, 왜 이리 귀여운 걸까. 후루야에게 아카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귀여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지내며 알아가는 일은 절대로 지루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아무 말 없이 들어와 자신의 옆에 파고드는 것이나, 음식을 망쳤을 때 아무 말 없이 무표정한 것 같아 보여도 슬쩍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이나, 여타 등등의 모든 행동들이 시간이 지날 때 마다 새롭게 보여서 매우 흥미로웠다.


 후루야는 침대의 헤드에 기대있던 아카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물론 더운 날이었다. 하지만 이 품은 덥지 않고 따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아카이는 마음껏 애교를 부리는 후루야의 모습에 마음을 놓으며 포슬포슬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얀 피부 위로 옅은 밀색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며 기분 좋은 감각을 만들어냈다.


 아카이는 고양이 털 같은 포슬포슬한 감각이 마음에 들어 계속 후루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후루야는 그 손길을 막지 않았다. 아카이가 후루야의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것처럼 후루야도 아카이의 손길을 좋아했다. 그 손길을 느끼며 후루야는 입을 열었다.


 “아카이.”

 “음?”

 “우리 대화 시간을 늘리는 건 어때요?”

 “무슨 말인가?”

 “그냥, 우리 둘 다 좀만 더 솔직해 지자구요. 언제나 숨기고 눌러 담는 게 익숙하긴 해도 그랬다가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이렇게 함께 있을 시간도 많이 없는데 싸우는 데에만 반 이상을 소비해서 지겨워요.”


 안 그래요? 하고 묻는 후루야의 이마에 아카이는 웃으며 작게 뽀뽀했다. 어울리지 않게 가볍고 짧은 맞닿음이었다. 후루야는 그 작은 입맞춤의 의미가 긍정이라는 것을 알기에 똑같이 아카이의 이마에 작게 입 맞췄다. 응, 좋다. 이런 분위기를 원했다.


 후루야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얼굴에 띠우고 아카이의 목을 끌어당겼다. 아무래도 더운 여름의 방안이 더 뜨겁게 달궈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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