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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Sweet nightmare 본문

AKAM/단편

[슈레이]Sweet nightmare

브루나 2016. 11. 9. 00:06

16살의 후루야 레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Written by. 브루나




그 꿈의 시작은 언제나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만나 놀다가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하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 숙제를 하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 레퍼토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평범하고 삶의 어딘가에 있을 법 한 그런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지나가고 잠에 들면 주위가 모두 다 검게 변하면서 빛은 단 한 곳에서만 스며들어온다.


몸과 머리가 시키는 대로 그 빛을 향해 다가가다 보면 점점 발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꿈이라서 그럴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예민해지고 더 섬세해진다. 다리의 근육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심장이 펄떡거리다 못해 이제는 자신의 일을 포기하겠노라 선언할 때 쯤 빛의 근원이 보인다. 그 빛은 한 개의 문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문을 열면 어딘가의 옥상이 나오며 끔찍한 진실을 목격한 듯 몸은 딱딱하게 굳는다. 온몸을 증오가 휘감으며 총을 들고 있는 남자에게 욕설을 내뱉는다. 동시에 혹사당했던 몸을 다시 움직여 그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그 이름을 외치며 무던히도 깨우려 노력한다.


“――!!”


이름은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임에도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확연한 분노가 녹아들어 있기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만을 예측할 수 있다. 이곳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뇌내의 가상인물이라 그런 것이리라 예상될 뿐이었다.


이 스토리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그 옥상에는 자신만이 남고 옥상도 곧 어둠에 삼켜진다. 이제는 이후를 예상할 수 없다. 언제나 그 내용이 바뀌기 때문이었다. 가장 처음으로 경험하고 가장 강렬하게 경험한 내용은 바로 이전 스토리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죽인 남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가슴을 기다란 칼로 찔러 심장을 꿰뚫고서는 자신에게 사랑한다며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었다.


꿈에서 일어나서는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개꿈이라 치부하고 하루를 정상적이게 보냈지만 결국 그 꿈은 다음날에도 나왔다. 이번에는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총으로 쏴버리는 것이었다. 또 똑같은 열렬한 사랑의 속삭임이 자신의 귓가에 맴돌았다. 퍼뜩 일어나보면 아침이다. 후루야는 그 꿈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일주일이 되어서 인정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꿈이 계속되어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꿈은 일주일뿐만이 아니라 후루야의 매일 밤을 삼켜버렸다. 한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고, 삼 년이 지나고 후루야가 성인이 되고서 까지 그 꿈은 후루야를 계속 괴롭히며 달콤한 말을 속삭였다. 사랑해, 사랑하네. 언제나 사랑하고 있어. 상황과는 맞지 않는 달콤하며 간질거리는 말들이 다양한 죽음과 함께 언제나 후루야의 머리를 떠돌아다녔다.


총을 맞아 죽고, 독극물에 당해 죽고, 폭탄 때문에 죽고. 그 외에도 엄청난 수의 죽음을 경험한 후루야는 이제 객관적으로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고작 꿈인 거 몇 번 죽으면 어때. 약간의 체념일 수도 있다. 죽음의 수가 천 번이 넘어가니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던 꿈의 내용이 조금 달라진 것은 23살이 되고 맞은 한 여름날이었다. 공안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 조직에 잠입한 후루야는 아무로 토오루라는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냈다. 그곳에서 어떤 스트레스로 인해 꿈의 내용이 변화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주 미묘하면서 커다란 변화라 평범하진 않은 것이리라 어림짐작했다. 자신의 정신상태가 스트레스를 크게 느낀다는 것 같기도 하고.


꿈의 앞부분은 똑같았다. 이제는 성장했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하루의 모습과 총을 쏜 남자에게 증오를 느끼는 자신, 어두워지는 그 옥상. 이후는 언제나와 같다면 남자가 자신을 죽이며 맹렬한 사랑의 말을 속삭여야 했지만 이번에는 후루야 자신의 손에도 총이 들려 있었다.


은색과 검은색의 총이 비스듬하게 겹쳐져 총구는 서로의 턱을 향하고 있었다. 사랑하네, 레이군.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익숙해진 남자의 사랑고백이 귀를 통해 들어왔다. 저도요, ―. 이름은 총에 맞아 죽은 그와 같이 들을 수 없었지만 자신의 입 밖으로 나가는 긍정의 대답에 후루야는 조금 놀랐다.


탕,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총소리는 깔끔하게 하나로 겹쳐져 서로를 살해했다. 빛을 향해 달려갈 때 느꼈던 고통과 심장소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과 죽은 후에도 함께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만이 후루야에게 전해졌다.


총소리와 함께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몸을 일으킨 후루야는 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대었다. 쿵, 쿵. 일정하지만 조금 빠른 심장의 고동이 느껴졌다. 손을 꾹 쥐었다. 손에는 얇은 운동복 상의만이 잡힐 뿐이었다. 꿈속의 후루야가 꿈밖의 후루야에게 마음을 전해버렸다. 후루야는 순식간에 자신을 살해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를 마음에 넣었다.


그 이후로 꿈은 계속 반복되었다. 전과 같이 죽는 방법은 다양했지만 모두 다 동반자살이었다. 함께 빌딩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불로 뛰어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손은 사랑하는 이의 손과 함께 연결되어 있기에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약간의 소름을 가져올 뿐이었다.


후루야는 자신에게 사랑을 열렬히 속삭이는 그 남자와 꿈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동반자살을 하며 마음이 더 커져가는 것을 느꼈다. 실존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집착을 하게 만드는 것인가.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다. 이 커다란 마음을 나 혼자 가지고 있어야 하나? 그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계속 자신의 몸체를 부풀리고 커다랗게 만들 뿐이었다. 후루야가 억지로 그 성장을 멈추려고 해봐도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약 올리는 것처럼 더 커지며 후루야를 놀려댔다. 내가 이렇게 커지는데 넌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지? 꺄르르, 누군가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


그럴 때 또 한 번. 이변이 일어났다.


시작은 언제나와 같이 똑같았다. 이번에는 조직의 일이었다. ‘버본’의 이름을 받고, 공안에서 함께 잠입한 스카치와 행동을 같이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피곤함에 찌들어 몸을 둥글게 말고 잠에 든다. 어둠에 휩싸였을 때 다시 빛은 새어 들어온다.


발소리가 난다. 캉캉캉, 이것부터가 다르다. 전과 같은 평범한 길이 아니라 철제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심장은 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더 빠르게 뛰었고, 다리근육이 파업을 하는 것도 조금 더 빨랐다. 둘 다 포기해 버릴 쯤 문이 나타났다. 후루야는 문을 활짝 열었다.


“―스카치!”


후루야는 눈앞에 놓인 상황에 몸을 굳혔다가 소중한 동료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언제나 처럼 몸에 증오가 차올랐지만 얼굴이 보이는 상황이라 그 증오는 더했다. 조직에 함께 잠입한,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동료다. 후루야는 고개를 돌려 총을 들고 있는 사내를 노려보았다. 눈매가 날카롭고 긴 장발에 비니를 쓴 사내였다. 모든 몸이 무채색이었지만 그 눈만은 그린 올리브의 색을 띄고 있었다.


후루야가 남자에게 증오를 뿜어낼 새도 없이 어둠은 그 배경을 삼켜버렸다. 마음 깊숙한 곳에 불안함이라는 것이 생겼다.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해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최대한 열심히 굴려보며 불안함에 적대적 의사를 가졌다. 설마, 일어날 리 없는 일일거야. 망상이 과해. 후루야는 자신을 타일렀다.


어둠이 걷히고, 후루야의 마음에 똬리를 튼 남자가 자신의 앞에 앉아있었다. 동반자살을 처음 시작한 그 날처럼 똑같이 검은색과 은색의 총을 서로 쥐고 있었다. 후루야는 조금 안정감이라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 남자는 방금 자신의 눈앞에서 스카치를 죽인 범인이었다. 길었던 장발이 석둑 잘려 목 부근에서 끝이 맴돌고 있었지만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와 올리브색 눈은 그대로였다. 비니도 똑같은 것을 쓰고 있었다. 후루야는 뻣뻣하게 굳어서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레이군, 사랑하네. 영원히.”


“저도요, 아카이.”


아카이. 이름을 들었다. 자신의 의지를 무시하고 언제나의 스토리를 이어간 꿈은 한 발 같은 두 발의 총성으로 끝을 맺었다. 뇌를 울리는 총성에 후루야는 언제나 처럼 퍼뜩 깨어났고, 처음으로 자신이 그 꿈으로 인해 식은땀을 흘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찝찝한 기분에 후다닥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에 앉자 아무로 토오루의 휴대전화에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From:스카치

제목:오늘

본문:오늘 새로운 팀 멤버를 소개할 거야. 1시까지 OO로 오면 돼.]


새로운 팀 멤버인가. 안 좋았던 기분이 조금 더 바닥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새로운 팀원이 생기는 것 보다 스카치와 둘이서 행동하는 것이 훨씬 움직이기가 쉬웠다. 하지만 조직의 뜻에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후루야는 투덜거리면서도 옷을 주워 입었다. 슬슬 방을 청소할 때가 된 것 같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끔찍한 잔상과 자신의 귀를 사로잡고 있는 총성을 떨쳐내려 한두 번 고개를 강하게 저은 후루야는 옷을 다 입고 방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끝내고 가벼운 브런치를 먹는다면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청소와 식사 도중 계속 귀에서 얼쩡거리는 ‘아카이’의 목소리가 기분이 나빠 후루야는 부러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했다. 차를 몰아 약속 장소로 갈 때도 그랬다. 차가 움찔거리도록 커다랗게 노래를 틀어 일부러 들리지 않도록 했다. 후루야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목소리를 피했다.


열심히 그 목소리를 피해가며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스카치와 새로운 팀원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후루야는 노래를 끄고 모자를 눌러쓴 후 차에서 내렸다. 스카치가 반가운 얼굴로 후루야를 맞아준 후 서로를 소개시켰다.


“라이, 이쪽은 버본. 버본은―”


“들어본 적 있다. 정보계의 스페셜리스트라고.”


후루야는 관심 없는 듯 고개를 자신의 기분처럼 땅에 처박고 있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순식간에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 목소리는 몇 년 동안 계속 들어온 그 목소리였다. 어제도, 그제도 들은 그 목소리였다. 얼굴도 그랬다. 딱 한 번 꿈에서 본 것 뿐이었지만 뇌 내의 깊숙한 곳에 새겨진 그 얼굴은 지워지지 않았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 허리까지 오는 기다란 장발에 검은 비니. 모든 것이 검지만 한 쌍의 눈만이 색을 가지고 있는 남자. 꿈에서 깨어난 이후로 계속 자신의 눈앞을 얼쩡거려 짜증나게 한 남자.


“버본, 이쪽은 라이. 사격실력이 대단해.”


“…라이라고 한다. 잘 부탁하지.”


달콤한 악몽에서 보았던 이 사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후루야는 조금 절망적인 기분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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