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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Stay with me 본문

AKAM/단편

[슈레이]Stay with me

브루나 2016. 11. 26. 19:01

타박, 타박.

 

들릴 리 없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 발소리는 너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의 것일까.

 

시야가 흐릿해졌다.

 

 

 

 

Written by. 브루나

 

 

 

 

아카이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게 태양이 눈을 감은 밤이 찾아와 빛은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빛들만이 존재했다. 그 빛들이 태양을 닮아 꽤나 강하게 밝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으나, 아카이는 별을 보기 위해 창밖을 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한 사람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 방 밖의 세계는 이제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기억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원념을 신이 이루어주신 것인지 아카이에게 남은 기억은 이 집의 주인인 후루야와 그에 관련된 것들뿐 이었다. 물론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후회에 점철되어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아카이는 생각했다.

 

그에게 다른 기억은 분명히 존재했었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그에게는 후루야가 이 세계였으며, 산소였고, 살아가기 위한 기본 요소였다. 커다란 창을 통해 본 야경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의 곁에 제 세계가 없었기에 세상에서 붕 뜬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가 필요했다. 자신에게 살아갈 수 있는 동기가 되어준 그가, 필요했다.

 

후루야가 돌아온 것은 십 분 정도가 더 지나서였다. 전자 도어락의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생생하게 울렸지만 아카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것 마냥 창밖만 바라보았다. 후루야는 방 안을 휘감는 비릿한 피 냄새에 발을 빨리해 아카이에게 다가갔다.

 

아카이.”

, 레이군.”

 

아카이의 상태는 매우 안 좋았다. 정신은 또렷하게 있었지만 그의 허벅지에는 길쭉한 나이프의 손잡이만이 튀어나와있었다. 이럴 때 정신이 있다는 것은 통증의 부재를 나타내기에 후루야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손을 씻고 아카이에게 다가갔다.

 

후루야는 나이프가 꽂힌 주위를 꾹 누르고 나이프를 뽑아냈다. 허벅지를 누른 손에 피가 튀었다. 뜨끈한 피가 손에 튀자 후루야는 혀를 내어 그 피를 핥았다. 비릴 것임이 분명한 피가 달콤하게 혀를 감싸와 그대로 아카이에게 키스했다. 나 없는데도 잘 기다렸어요. 자신의 허벅지에 스스로 나이프를 박아버린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유리창을 부수고 나가 뛰어내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한 후루야는 아카이의 얼굴에 옅게 뽀뽀를 계속했다.

 

이번 일은 확실히 자신의 실수였다. 조금만이라도 자신에게서 떨어지면 어떤 상태가 되는지 알면서도 나간 자신의 실수였다. 아니, 실수일까? 후루야는 그저 자신에게 목을 매는 아카이가 보고싶었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후루야가 아카이에게 작은 키스를 남기는 동안 허벅지의 피가 바지에 스며들다 못해 이제는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후루야는 아카이에게서 떨어져 익숙하게 부엌의 찬장을 열었다. 식기들만 가득 들어있는 그곳의 한 구석에는 희미하게 묽은 하얀 약과 일회용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그것들을 꺼내오자 아카이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고 자신의 팔을 탁자 위로 올려놓았다. 옛날보다 근육이 줄어든 팔에는 수만은 바늘자국이 남아있었다.

 

고무줄로 위팔을 아프지 않을 만큼만 힘을 줘 묶고 소독한 주사기로 흰 약을 빨아들였다. 희끄무레한 약이 주사기에 반 쯤 차자 주사기를 반대로 들어 공기를 빼낸 후루야는 곧장 아카이의 팔뚝에 얇은 바늘을 찔러 넣었다. 맑음과 탁함의 사이에서 존재하던 약은 아카이의 몸으로 들어갔다.

 

반응은 빠르게 찾아왔다. 흐릿하게 동공이 풀리고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몸을 늘어뜨린다. 후루야는 소독약과 붕대를 가져와 나이프로 바지를 찢어버리고 그 위에 소독약을 부었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소독약은 마치 치료되지 않아도 된다는 양 대충 뿌렸지만 붕대는 그 누구보다도 꼼꼼하게 감은 후루야는 붕대를 모두 감고 나자 아카이의 반대쪽 다리에 걸터앉아 목을 끌어안았다.

 

슈이치.”

.”

슈이치.”

.”

.”

 

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아카이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들어 후루야의 얇은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감각이 없던 온 몸에 그의 온기만이 느껴졌다. 세상이 암흑에 덮여있지만 그만이 저를 지탱해주며 빛나는 것 같았다. 아카이는 어미를 인식한 새끼 오리마냥 후루야에게 매달렸다.

 

이 온기가 아직 자신의 손에 있었다. 무력하게 떠나보낸 그와는 달리 그는 강하게 살아남아 자신의 곁을 지켰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후루야가 아카이에게 갖는 감정은 집착에 가까웠지만, 아카이가 그것을 수용하고 오히려 그것을 반기었기에 후루야는 그를 자신의 집에 가둔 채 있을 수 있었다. 아카이는 후루야의 집착을 원했다. 자신의 곁에 있으며 그 생명을 자신에게 증명하길 원했다. 몸을 섞을 때 마다 느껴지는 심장박동에 언제나 배부른 맹수마냥 웃음 짓는 이유도 그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아카이는 후루야의 팔을 끌어당겨 안았다. 후루야는 아카이에게 끌려가 안겼다.

 

레이군.”

.”

날 떠나지 마.(Pleas stay with me.)”

당신이 원한다면.(If you want.)”

 

아카이에게는 보이지 않을 얼굴에는 버번의 미소가 떠있었다. 잔인하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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