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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再絅 본문

AKAM/단편

[슈레이]再絅

브루나 2016. 11. 28. 00:20

마지막이라 생각한 그 끝에서

 

레이군!”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레이군!!!”

 

아아, 덧없어라.

 

 

 

Written by. 브루나

 

 

 

 

후루야는 문득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공중을 떠도는 익숙한 냄새에 자신이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은 분명 수사 도중 총에 맞고 쓰러졌을 터였다. 목표물은 잡았나? 당연한 순리라는 것 마냥 자신의 상태보다 체포 여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을 살피기 시작했다. 통증의 근원지는 다리와 오른쪽 하복부였다. 통증이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보니 뼈나 신경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루야의 의식은 마지막 순간에 들었던 그 소리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 의식이 멀어지는 그 순간에도 곧게 자신의 귀에 박혀 들어온 목소리는 후루야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그 목소리였다. 그가 왔다면 확실하게 범인은 잡았을 것이었다. 조금 마음을 놓고 몸을 진정시키자 자연스레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 그 한숨은 안심을 담고 있어서 후루야 본인이 웃어버렸다. 옛날에는 그렇게도 증오하고 싫어했던 자인데 이제 와서 안심되는 상대라니. 피식하고 나오는 웃음이 낯설었다. 언제나 머금었던 가짜웃음의 익숙함과 진심의 낯섦이 피부로 진득하게 느껴져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어제의 임무로 이제 그 조직은 완전히 사라졌다. 아주 말단이기는 했지만 그 조직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잡아들인 것이었다.

 

정말, 끝이구나. 오랜 시간에 걸쳐 잠입해 그 끝을 잡으려 하면 꼭 놓치고는 했던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을 드디어 끝냈다. 그 만족감이 몸을 휘감자 후루야는 한 번 더 웃고 말았다. 만족스런 웃음을 막기란 매우 힘든 것이라 후루야는 그 웃음에 수긍하고 비식비식 웃었다. 온 몸이 상처로 가득 차 있었지만 너무나도 밝게 웃는 후루야는 그 어떤 때보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고개를 조금 돌리니 밝은 파란색의 하늘이 보였다. 간간이 구름이 솜사탕처럼 뭉쳐 떠다니며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봐왔던 것들이 갑자기 기분 좋게 보이고 있었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꽤나 악마의 농간 같은 것이라, 지금이라면 싫어했던 것도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이 진행되다 보니 시야의 마지막에 들어왔던 그 남자가 다시 한 번 떠올랐다. 그렇게 뛰어들어 자신을 그 안에서 데리고 나오려면 꽤나 큰 힘이 들었을 것이었다. 혹시 큰 상처는 없을까. 기껏 염원하던 일을 완전히 끝냈는데 괜한 상처를 입어버리면 기분이 말끔하지 않았다.

 

퉁명한 척 마음속으로 작은 소망을 품었을 때 약간은 빠른 카자미의 노크와 함께 공안의 부하들이 몰려들어와 후루야는 한 번 더 활짝 웃었다. 제가 데리고 있는 팀에서는 보이지 않는 얼굴들이 없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작전에 들어간 것은 후루야 하나였지만 조직과의 다른 임무로 파견되었던 모든 수사관들이 팔다리나 목숨을 잃는 일 없이 돌아왔다.

 

어디 아프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아. 팀원 전부 다 돌아온 거겠지?”

물론입니다. , 그런데

 

카자미는 잠시 입을 우물거렸다.

 

아카이 슈이치가, 병원에 함께 입원해 있습니다.”

그게 환상이 아니었던건가.”

?”

아니야. 그래서 상태는?”

상당한 중태였습니다만, 의식을 빠르게 되찾고 회복이 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똑똑, 단정한 노크소리와 들어가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목소리가 카자미의 말을 잘랐다. 아카이였다. 카자미는 이만 나가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공안의 요원들이 모두 빠져나감과 동시에 아카이가 후루야의 병실로 들어왔다. 그는 멀쩡한 얼굴로 저벅저벅 걸어와 침상의 곁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았다. 후루야는 그 움직임에서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가.

 

후루야는 아카이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 내렸다. 얼굴색은 괜찮았다. 환자복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몇 군데의 타박상을 제외하면 그렇게 안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얼굴을 넘어간 후루야는 밑으로 시선을 옮기다가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후루야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행복했던 감정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상태는 괜찮나?”

아카이.”

, 괜찮지는 않은 것 같았네. 내가 급하게 데리고 나왔는데도 출혈이 많아 아슬아슬했어.”

아카이.”

그래도 지금 움직이는 걸 보면 괜찮은 것 같군. 안심했네.”

.”

…….”

저 때문이죠.”

…….”

그러니까 왜 저 같은걸!!”

 

레이군. 아카이가 후루야를 불렀다. 그의 환자복의 왼팔 부분은 지탱해 줄 것이 없어 흐느적거리며 흩날리고 있었다. , 아아. 내가, 내가 그의 삶을 빼앗았다. 자신이 있었기에 그의 삶과도 같았던 총을 빼앗았다. 후루야는 아카이가 가까이 다가와 자신을 오른팔로 품에 안자 울음을 터트렸다. 아카이, 아카이. 후루야는 어미 잃은 아이처럼 아카이의 이름을 연호하며 눈물을 밖으로 쏟아내었다.

 

이 마음이 잘못된 것이었나. 아니, 자신의 존재가 옳지 않았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스카치의 죽음에도 자신의 발소리가 원인이 되었고, 이제 혼자였던 자신의 곁에 남아준 아카이의 삶마저 빼앗았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아카이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후루야의 몸을 자신에게로 기대게 했다.

 

괜찮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담담해 후루야는 오히려 눈물이 났다. 당신을 대신하여 자신이 더 아파하겠다는 듯 우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워 아카이는 후루야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눌렀다. 의수를 맞추면 된다. 나는 그 정도의 재력은 있어. 그나마 장난스럽게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의수라는 말에 후루야의 눈물샘은 멈추기 힘들 만큼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선택을 잘못했군. 아카이가 속으로 혀를 찼다. 확실히 왼 팔을 잃어버린 것은 꽤나 큰 대가이긴 했지만 그 대신 후루야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등가교환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을 얻은 셈이니 이득이라 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팔을 잃은 것에 대한 감상이 보통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무감각했지만 이 조직과의 악연을 전부 끊어내며 자신의 개인적 복수마저 끝낸 아카이는 이번 임무가 끝난 후 FBI라는 직업을 내려놓으려고 했었기에 그다지 큰 타격이 없었다.

 

오히려 아예 다시는 총을 잡지 못하도록 미련을 끊어준 것에 감사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주로 쓰던 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삶을 살아가야 했지만 아카이는 오른손을 쓰는 솜씨도 꽤나 좋아 글씨를 쓰고 무언가를 집는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속 반복해왔던 잠입수사의 덕택이었다.

 

울지 말게. 나는 자네가 살아준 것만으로도 충분해. 게다가 이미 FBI의 일은 그만두려 했었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겠군.”

 

자네가 그만 둘 핑계를 만들어줘서 말이지. 후루야는 눈물만 흘리다가 열심히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아카이의 행동을 알고 울음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이가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자 그 사이에 부은 눈이 보여 아카이는 웃었다. 웃지 마요. 코끝이 빨개져서는 눈을 째리는 것이 귀여워 또 한 번 웃었다. 웃지 말라니까. 이제는 기분이 확연히 나아진 것 같아 옅은 금발을 약간 들어 올려 드러난 이마에 입술을 꾹 눌렀다.

 

따스한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져왔다. 후루야는 이 온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아카이가 자신을 잡아주었었으니 이제는 자신이 잡아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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