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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라이버본]Lipstick petal 본문

AKAM/단편

[GS라이버본]Lipstick petal

브루나 2016. 12. 7. 18:38

 허벅지에 찬 핸드건이 불편하게 허벅지를 조였다. 사르락 퍼지는 짧은 치마의 안에는 무서운 총기가 숨어 있었지만 버번은 웃으며 남자를 상대했다. 여차하면 핸드건을 꺼내 남자의 머리를 뚫어버리면 되는 임무였기 때문이다. 허리를 휘감은 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허리에 남은 익숙한 팔은 조금 더 가늘고 매끈하지만 단단한 근육을 가진 팔이었다.

 

 기다란 머리에 가려져있는 귀에는 이어피스가 꽂혀 있었다. 그 이어피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좋지 않은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들었지만, 그 감정 때문에 임무를 망쳐버릴 수는 없어서 버번은 꾹꾹 분노를 눌러 담았다.

 

 “그럼 아가씨는 여기 소속인 거야?”

 “후후, 아쉽지만 그렇게 되었어요.”

 

 당신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면 좋을 텐데. 가식적인 미소와 꿀을 바른 듯 한 목소리로 속삭이자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멍청하긴. 속으로 가차 없는 평가를 내린 버번은 예정해둔 저격 장소로 남자를 슬그머니 데려갔다. 버번이 생각한 대로 멍청한 남자는 그대로 따라와 두 개의 창문이 존재하는 곳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상황은?]

 [미안, 이쪽은 좀 무리.]

 [라이.]

 [오케이.]

 

 고작 한 마디인데 기분이 좋아진다. 버번은 남자와 함께 온 그들에게 보이지 않게 슬쩍 웃고는 바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피가 튀어 몸에 닿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 물론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뜨끈하고 끈적한 액체가 몸에 튀는 것은 씻어내기도 귀찮고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기분이라 가능한 한 피가 몸에 묻는 건 피하자는 주의였다.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내일도 와 주실래요?”

 “물론이야.”

 

 남자도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버번은 잠시 손을 만지작거렸다. 남자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 순간, 팍 하고 피가 튀었다. 이제 끝났네. 버번은 크게 숨을 내쉬고 치마의 허리부분에 끼워두었던 라텍스 장갑을 끼고 남자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목을 꾹 누르자 살아있다면 미약하게나마 느껴져야 할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타겟 사망확인 됐습니다.”

 

 간략하게 보고한 후 버번은 발을 돌려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갔다. 손에 끼우고 있던 라텍스 장갑은 깔끔하게 뒤집어 벗은 후 공기를 빼 묶어놓고 다시 허리에 끼워 넣었다. 버번은 발을 조금 빨리했다. 그 발걸음은 꽤나 경쾌해 누가 보면 놀러 가는 것 같기도 했다.

 

 버번은 기껏 걸음을 빨리해 나왔더니 보이는 기분 나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기타케이스를 옆에 두고 입에는 담배를 문 채 벽에 기대서있는 라이는 버번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녀의 곁에 알짱거리는 이상한 놈이 있었다. 얼굴도 못생긴 게 어디서 용기가 튀어나와 다가간 것일까. 그녀는 잠시 멈춰서 옷을 매만지고 얼굴에는 밝은 웃음을 띠운 채 라이에게로 달려갔다.

 

 “언니!”

 “왔어?”

 “. 옆에는 누구야? 남자친구?”

 “아니, 모르는 사람.”

 

 버번이 팔에 매달리며 묻자 라이는 알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그녀의 눈이 남자를 위부터 아래로 훑었다. 그러고는 비웃음을 입에 담자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빨리 좀 사라지지. 얼굴만 붉히고 있던 남자는 곧 떠나갔다.

 

 “너무 무방비해요, 라이. 진이랑 스카치는 어디 두고 혼자 있어요?”

 “둘이서만 가고 싶어서 먼저 보냈어.”

 “나 그런 말해도 화 안 풀 거에요.”

 

 예쁜건 좋은데 예쁜게 지나쳐요. 라이는 삐진 것 같은 목소리의 버번에게 웃어 보이고 일단은 세이프 하우스로 가기 위해 기타 케이스를 들어 어깨에 맨 후 제 애마에게로 향했다. 삐친 버번이 총총거리며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자신을 만났다고 기뻐하는 것이 사랑스러웠다.

 

 라이와 버번은 빨갛게 도색된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조직에서 지원을 받고 검은색으로 도색을 해버리려던 라이를 식겁해서 막고 빨갛게 만든 것이 버번이었다. 물론 내부는 라이의 취향으로간단하게 아무것도 없었다되어 있었지만. 라이는 기타 케이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시동을 걸려다가 계속 신경에 걸리도록 자신을 바라보는 버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버번의 얼굴은 뚱하니 불만을 뿜어댔다. 라이는 핸들에 팔을 포개고 버번을 바라보며 이마를 팔에 기댔다. 따뜻한 눈빛에 가슴이 콩닥 뛰기는 했지만 버번은 지금 매우 삐져있는 상황이었다. 평범한 것으로는 안 넘어갈 것이다. 라이는 기댔던 몸을 일으키고 버번의 얼굴을 끌어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쪽, . 라이의 입술이 버번의 얼굴 전체에 가볍게 닿았다 떨어져 나갔다. 위로하듯, 미안하다는 듯 새가 앉았다 날아가는 것처럼 얼굴에 닿는 입술이 기분 좋았지만 버번은 아직도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우리 공주님이 왜 이렇게 심통이 난 표정이실까.

 

 “괜찮아.”

 “난 안 괜찮아요.”

 

 더 해줘, . 눈빛으로 그 말을 쏘아대는 버번에 라이는 웃으며 입을 맞췄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지만 부드러운 입술이 깔끔하게 립스틱이 발린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 두 명의 혀가 빈틈없이 얽혀들었다. 라이는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버번의 시트를 짚고 그녀를 밀어붙였다. 버번은 갑자기 적극적이 된 라이의 행동에 놀라 움찔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해준 것은 없던 일이었다. 물론 기쁜 일이기는 했지만. 버번은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라이의 목에 팔을 감았다. 라이는 제 목을 감싸 안은 보들보들한 살결에 함께 웃었다가 인기척을 느껴 몰래 눈을 떴다.

 

 차의 옆으로 한 남자가 지나가다 얼굴을 붉히고 멈춰서 있었다. 라이는 눈살을 찌푸리고 버번 몰래 눈짓으로 멈춰있는 남자를 쫓아냈다. 남자는 살기어린 라이의 눈빛에 순식간에 달아나 버렸다. 이렇게 야하고 예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 아쉬울 정도까지만 혀를 섞다 입술을 떼어낸 라이는 발갛게 상기된 버번의 얼굴을 보고 남자를 빨리 쫓아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똑같이, 자신의 입술에서 라이의 입술로 옮겨 묻은 빨간 립스틱을 보며 자신만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버번은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잔뜩 달아올랐는데 아쉽게도 이곳에서 더 머무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CCTV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관련된 사람이 와서 그녀들을 보면 상황이 곤란해 질 것임이 분명했다. 라이는 아쉬운 표정의 버번을 보고 물었다.

 

 “이제 괜찮나?”

 “아뇨.”

 

 라이는 이미 풀린 게 분명한 얼굴을 봤으면서도 웃으며 다가가 버번의 목 뒤를 살짝 핥다가 잘근잘근 씹었다. 검은 오프숄더를 입고 있던 그녀의 목 뒤에는 선명한 자욱이 새겨졌다. 라이의 입술에 묻은 빨간 립스틱 덕분에 꽃잎으로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새빨갛게 새겨진 그 자국은 목 뒤 뿐만이 아닌 버번의 마음속에 자리한 것 같았다.

 

 “이 뒤는 집에 가서 하지.”

 

 라이는 그제야 완전히 만족한 듯 웃는 버번을 보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강렬하게 소리를 내뿜은 새빨간 스포츠카는 곧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나오는 스포츠카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미우라 오마주랍니다... 이미지는 페라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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