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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아무]붉음과 붉음의 사이에서 본문

AKAM/단편

[오키아무]붉음과 붉음의 사이에서

브루나 2017. 1. 16. 23:45

 “아무로씨, 오키야씨랑 사귀기 시작하신 것 맞죠?”

 

 아무로는 약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작게 물어오는 아즈사의 행동에 잠시 동안 눈을 깜박거렸다. 그 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즈사는 축하드린다며 두어 번 박수를 치고 맑은 웃음을 얼굴에 띠었다. 카페에서 고백도 많이 받았었지만 전부 다 거절하더니 그 이유가 따로 있었었구나, 아즈사는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의 조합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로맨틱해서 그녀의 얼굴이 말갛게 붉어졌다.

 

 아즈사의 물음에 깔끔하게 대답한 아무로는 만족스런 표정의 그녀가 떠나가자 닦고 있던 접시를 다시 들어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물기로 젖어있던 접시의 물방울이 아무로가 들고 있는 타올로 옮겨왔다. 다섯 개의 접시에서 물방울을 빼앗아 올 때 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아즈사에게는 보이지 않는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사귄다, . 만약 연애라는 두 글자가 두 사람이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입을 맞추고, 잠자리를 가지는 것이라면 그는 오키야 스바루라는 알파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연애라는 두 글자는 그것을 뛰어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해 애정을 키워가는 행위이기에 그는 단언할 수 없었다. 오키야 스바루에게 애정을 갖기에는 그가 실존하지 않음에 꺼림칙한 기분이 느껴졌고, 막상 그 거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아카이 슈이치에게 애정을 가지기에는 과거의 일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접시를 다 닦아 정리까지 끝내자 작은 상념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에게 있어 과거란 행복과 동시에 지독한 절망을 주는 모순된 존재였다. 가장 친했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의 죽은 얼굴, 그 사이에서 지켜야 했던 이성. 그 고통으로 현재의 그가 있으며 만약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하더라도 그는 똑같은 길을 걸었을 것임이 분명하지만 그때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 힘들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아무로는 얼굴을 피고 허리를 세웠다. 오키야와의 관계는 아무로 토오루로서의 인연으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로 토오루도, 오키야 스바루도 전부 실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이 그 거죽을 벗어던진다면 허공으로 흩어 사라질 관계이기에 그는 가볍게 생각하고 일에 집중했다. 마침 햄 샌드위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익숙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서빙을 하고 나자 어느새 아르바이트의 끝자락에 접어든 참이었다. 슬슬 정리할까. 아무로는 매고 있던 앞치마를 풀고 가지런히 접었다. 아즈사의 웃음을 뒤로 한 채 포아로를 나오자 오키야가 자신의 차에 기대어 서서 아무로가 나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키야씨?”

 

 어쩐 일로 오셨어요? 그가 놀란 듯 다가가자 오키야는 그린 것 같은 웃음을 얼굴에 띠었다. 그냥요. 가볍게 대답한 오키야가 조수석 문을 열자 아무로는 약간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 앉았다. 그것으로 상대의 웃음이 조금 더 짙어지며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눈이 휘어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면 정말로 좋아할 수 있을 만 한 남자인데. 약간의 아쉬움을 담은 숨이 코로 얕게 빠져나갔다.

 

 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남자의 인상을 닮은 운전이었다. 길이 90도로 꺾일 때도 부드럽게 돌아가며 몸이 크게 움직이지 않아 굳이 힘을 줄 필요도 없었다. 적당하게 흔들리는 차체와 푹신하게 몸을 받쳐주는 앞좌석의 시트는 며칠간의 밤샘을 얹으니 졸음을 유발했지만 아무로는 눈을 강하게 감았다 떠 그것을 쫓아냈다.

 

 아무로는 졸음도 쫓을 겸 옆에 앉은 남자를 흘겨보았다. 옅은 붉은색 머리에 미끈한 이마를 타고 내려오면 우뚝하게 서있는 코가 인상적이었다. 그 남자는문득 겹쳐지는 검은 머리의 남자에 아무로는 다시 눈을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빠르게 다가오던 가로수들이 눈 깜짝할 새 옆을 지나 뒤로 사라졌다.

 

 아무로는 말없이 앞만 바라보다 제 맨션이 아닌 쿠도 저로 향하는 차에 왼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얼굴은 왼쪽에 있는 창문에 향한 채였다. 이렇게 숨겨봤자 남자는 유리창에 비친 것을 보고 알아차리겠지만 내색하진 못할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지도 꽤 됐지. 피곤을 풀기 전 성욕부터 푸는 것도 괜찮을 듯 했다. 오히려 정신을 놓을 때 까지 한 후 기절해 버리는 것도 괜찮겠지.

 

 이 남자에게 방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남자는 믿을 만 한 사람이었다. 웃기지도 않게 신사적이라 기절한 그의 뒷처리를 깔끔하게 해줬고, 조직이든 뭐든 생각할 필요 없이 깊게 잠들 수 있도록 해줬다. 참 웃기는 일이었다. 그토록 증오하던 자에게 자신의 뒤를 맡긴다니.

 

 겸사겸사 제가 방심한 모습을 보고 자신도 방심해서 정체를 드러내면 좋으련만. 아무로는 남자의 성격을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창틀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괴자 입술이 손바닥에 눌려왔다. 손바닥에 닿는 살이 평소 때 보다 조금 더 거칠었다. 흘긋,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시선이 느껴졌다.

 

 오키야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거리는 그리 길지 않았다. 포아로와 쿠도 저는 걸어가도 괜찮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차로는 5분정도 소요되었을 뿐이었다. 오키야가 먼저 내리고, 탈 때와 똑같이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달칵 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매너도 좋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면 정식으로 사귀어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뤄질리 없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떠올린 그는 차에서 내렸다.

 

 차의 문이 닫히고, 저택의 정문을 통과하려 할 때 쯤 갑자기 눈앞으로 다가오는 손이 있었다. 놀라지 않은 척 가만히 있자 아무로의 얼굴 2/3를 가릴 정도로 커다란 손이 와 이마에 닿았다.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낮은 체온을 가진 손이 따뜻한 머리에 닿자 진정되는 기분이었다. 아무로는 제 이마에 손을 대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키야를 보며 자신도 따라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아, 아까부터 힘이 없어 보이셔서요.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닌가 해서.”

 

 다시 그림 같은 웃음이 덧입혀진다. 이번엔 두 사람 모두의 얼굴에 가면이 씌워졌다. 괜찮아요. 아무로는 살며시 오키야의 손을 잡아 밑으로 내렸다. 그 손끝이 약간은 야릇한 기운을 품고 있어서 그는 웃음을 덧입힌 채 다행이라며 속삭였다. 이렇게 걱정해주는 것도 그 사람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미 제 안에서는 오키야 스바루=아카이 슈이치라는 공식이 들어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있는 이 알파는 너무나도 상냥하고 다정해서 때때로 그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가 가장 오래 보았고 살을 부대낀 경험이 있는 라이마저도 그와는 정 반대되는 성향의 남자였다. 마초같고, 거칠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물론 이 남자가 다정하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차이가 극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것을 강하게 느낄 때 마다 괜히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기묘한 애정에 아무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본모습을 드러내면 깨어질 애정이건만. 아무로는 오키야가 차 문을 잠그고 정문을 통과해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았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들어오시죠.”

 

 아무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 남자가 오키야 스바루건, 아카이 슈이치건 그의 안에 있는 기묘한 애정과 다른 것들이 잔뜩 뒤섞인 감정들은 이 남자가 정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바뀌지 않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는 감정들을 마음에 담고 그저 수긍했다. 기한은 그가 본모습을 드러낼 때 까지라고 할까. 얇은 은실로 감긴 마음은 아슬아슬하게 그 자리를 유지해 혼란을 야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인영이 쿠도 저() 내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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