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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윤준영]Cutie cute cutie 본문

AKAM/단편

[상윤준영]Cutie cute cutie

브루나 2017. 3. 17. 19:29

 상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정신력으로 살아남아 제 사랑스런 애인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어떻게 현관을 지나치고, 신발을 벗어 놓고, 방문을 열었는지는 모르겠다. 제 애인이 자고 있어 사람의 온기가 들어있는 침실에는 단촐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그래봤자 어차피 저와 제 애인 외에 들어올 일 없는 침실이다. 수면을 도와줄 수 있는 침대와 사랑스러운 애인만 존재하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흐릿한 눈으로도 깊은 잠에 취해있는 애인은 사랑스럽다. 저도 그 옆에 누워서 빨리 꿈나라로 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존재하는 절차들을 거칠 자신이 없어 문제일 뿐. 라이플백이 제 등에 없는 것을 보니 무의식중 집 안 어딘가에 잘 기대놓고 온 것 같다. 그 이상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서 결국 그는 목숨을 걸고 제 애인의 위로 쓰러졌다.

 엌, 하고 달게 자다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한 준영은 짜증과 졸음이 잔뜩 섞인 눈을 떠서 제 위를 압박하고 있는 의문의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뭐 사실 이런 짓을 할 사람이야 한 명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침대 옆 서랍에서 리볼버를 꺼내 머리통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어쨌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의문의 생명체는 너무나도 익숙한 차림 이었는데다 제 쪽으로 얼굴을 향하고 있어서 그 얼굴을 본 준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핰, 커다란 웃음으로 눈에서 졸음과 짜증이 옅어져 갔지만 복수라는 생각으로 이불 안에 있던 손을 꺼내 잔뜩 지친 애인의 얼굴을 떡 주무르듯 주물 거렸다.

 

 “이번에는 또 뭘 했길래 이렇게 못생겨져서 들어왔어요, 윤이 형?”

 

 배경음으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들리는 목소리였다. 상윤이 우물우물 대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잠꼬대를 하는 것인지 모를 목소리로 무언가를 밖으로 뱉어 내기에 가만히 들어보자 제 이름을 부르는 듯 준이라는 발음은 언뜻 들렸으나 단언컨대 문장을 알아듣는 것은 무리였다. 조물조물 볼을 주무르다 손바닥으로 양 볼을 누르자 입술이 툭 튀어나와 붕어처럼 보였다. 푸하핰! 이번엔 더 큰 웃음이 튀어나오며 결국 준영은 몸을 일으켰다. 어찌어찌 밖에서 털고 온 것인지 옷이 많이 더럽지는 않았지만 일단 씻기고 옷도 갈아입힌 채 침대로 끌어 들여와야 할 것 같았다.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상윤을 제 몸 위에서 치운 준영이 침대 밑에 늘어진 그의 볼을 다시 한 번 주무르며 깨우기 시작했다. 이봐요 아저씨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됩니다! 이죽거리는 웃음과 함께 나오는 목소리는 겨울 밤 공원에서 자는 노숙자를 발견한 경찰의 목소리다. 상윤이 꿈틀거림과 동시에 녹색 눈이 1/4정도 드러나자 준영은 손을 슬금슬금 내려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눈이 퍼뜩 뜨였다.

 

 “준아.”

 “일어났으면 씻고 와요. 아니면 거기까지 데려다 줘요?”

 

 시무룩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고 우리 큰 애기가 오늘 왜 이리 말을 안 들을까! 결국 준영이 낄낄거리며 양 손을 잡아 일으킬 때 까지 상윤은 잔뜩 잠에 취해 다시 눈을 감으려고 했다. 결국은 경찰의 손에 잡혀 일어난 죄인님은 화장실로 연행당해 입에 칫솔이 물려져 칫솔질을 하는 건지 아니면 칫솔을 그냥 씹는 건지 모를 상태가 되어 경찰의 손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진짜 아주 애야 애. 왜 나이가 들수록 애 같아져요?”

 

 움. 눈은 반 쯤 감긴 상태로 이제야 자기가 칫솔을 잡아 움직였다. 오구 잘한다. 준영은 대충 양치질을 시작한 상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침실로 돌아가 잠옷으로 곧잘 입는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꺼냈다. 졸졸졸 양치질을 한 물이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몇 초 정도 후에 그나마 눈이 뜨여진 상윤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허물 벗듯 벗어던지는 옷들을 착착 잡아서 빨래 통에 넣어놓고, 따로 접어둬야 하는 바지만 요령 있게 접어 옷장으로 던져 넣었다. 꾸물꾸물 바지를 입는 상윤에게 만세! 하고 작게 외치자 무의식중에 팔을 번쩍 든 그의 팔에 쑥 티셔츠를 꿰어 넣었다. 상윤의 얼굴에 낮에 보송보송하게 말려 논 보람이 있게 만드는 웃음이 어렸다. 근데 다크서클 잔뜩 생겨서 못생겼어. 준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옷을 다 입은 상윤의 얼굴을 잡고 아이에게 하듯 쪽쪽쪽 온 얼굴에 입을 맞췄다. 아침 일찍, 상윤이 준영에게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이었다.

 상윤은 그대로 아까 한 것처럼 준영과 함께 침대로 다이빙했다. 고심한 끝에 구매한 고급 침대는 출렁이며 성인 남성 둘의 무게를 거뜬히 받아내 통 튕겼다. 음 내가 생각해도 잘 산 것 같아. 준영이 제 몸 위에 늘어진 남자를 끌어당기며 생각했다. 데자뷰가 느껴지는 것 같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 묵직한 무게에 잠시 낑낑거리다가도 꾸물거리며 자신이 옮겨지는 것을 돕는 상윤의 행동에 웃으며 이불을 덮었다.

 

 “이제 자자, 준아.”

 “나 잘 자는 거 깨운 건 그쪽이거든요?”

 

 에잇, 준영은 아프지 않게 상윤의 코를 깨물고 다시 품 안에 쏙 안겼다. 준영이 마냥 체구가 작은 여성이 아닌지라 편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가득 들어차는 온기에 두 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따뜻한 새벽녘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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