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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라이버본]Lacy kiss 본문

AKAM/단편

[GS라이버본]Lacy kiss

브루나 2016. 12. 19. 17:48

 라이는 손에 들린 위스키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상의 불빛으로 인해 칠흑 같지만 밝은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들이 창조해낸 인공적인 불빛으로도 덮을 수 없는 환한 만월의 달빛만이 하늘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달빛에 취해 잠시 신경을 느슨히 했다가 등에 닿아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정신을 차리자 흰 목에 가느다란 팔이 감겨왔다.

 

 “버번.”

 “뭐해요?”

 “그냥 잠시.”

 

 버번은 라이의 목에 매달려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한 채 손만 뻗어 라이의 위스키 잔을 빼앗아 한 입 마시곤 혀를 빼어 물었다. 향긋한 냄새와는 달리 씁쓸한 맛이 입가에 계속 남아 정작 그 이름을 가진 버번은 좋아하지 않는 위스키였다. 그녀는 위스키 잔을 다시 라이의 손에 쥐여주고 투덜거렸다.

 

 “또 버번이에요? 참 질리지도 않나.”

 “글쎄. 널 닮아서 그런지 질리진 않네.”

 “그럴 거면 차라리 나를 보는 게 낫지 않아요?”

 

 버번은 웃으며 라이의 목에서 팔을 풀어내고 탁자의 옆에 있는 의자에 비스듬히 앉았다. 의기양양한 얼굴 아래로 하얀 레이스 소재의 속옷과 가터벨트, 오버니삭스와 슬립이 한눈에 들어왔다. 라이의 눈이 조금 커졌다.

 

 건강해 보이는 커피우유빛 피부 위에 올라간 흰 레이스 소재의 속옷들은 버번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가장 겉에는 레이스 소재의 하얀 슬립이 있었지만 레이스이기 때문에 안이 전부 비치고 있어 굳이 벗기지 않아도 모든 것이 보였다. 적당하게 부풀어있는 가슴을 예쁘게 모아주는 브래지어에는 레이스로 된 꽃들이 겹쳐져 아름답게 강조되고 있었고,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예쁜 허리의 곡선을 지나 엉덩이로 향하면 레이스 한 장으로 되어있어 안이 비치는 팬티가 보였다.

 

 팬티의 아래는 얇은 레이스의 사이로 삐져나오는 것 없이 깔끔하게 제모 되어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예쁘고 야해서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팬티의 앞을 가로지르는 두 줄이 야살스런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공단으로 된 가터벨트에 매여진 것은 때 묻지 않은 순결함을 품고 있어 배덕감이 잔뜩 느껴지는 새하얀 오버니삭스였다.

 

 라이는 잠시 동안 멍하니 버번을 쳐다보다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에 얼굴을 굳혔다. 이곳에는 라이와 버번 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도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다. 슬슬 되돌아올 시간이 되었을 텐데. 제 애인의 사랑스런 모습을 더 보고 싶다는 마음과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그녀의 안에서 쾅쾅 싸워댔다.

 

 “스카치가 보면 어쩌려고.”

 “스카치는 아까 진한테 불려갔어요. 적어도 내일 아침까진 안 올걸요?”

 

 모든 것은 계획되어있다는 듯 웃은 버번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라이에게 입을 맞췄다. 질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쪽 하는 깜찍한 소리를 남기고 떨어진 입술에는 핑크빛 립스틱이 예쁘게 발려있어 라이에게도 그 색채가 묻어났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못 참겠다는 듯 버번을 일으켜 바로 뒤에 있던 침대에 눕게 만들었다.

 

 침대헤드에 약간 기대어 있는 야한 란제리 차림의 애인은 폭력성이 짙었다. 목이 텁텁하니 말라 억지로 만들어낸 침을 삼키고 들어도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슬립을 걷어내자 뿌연 안개가 걷히는 것처럼 약간은 흐릿했던 자태가 노골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라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핥는 것처럼 눈길을 주고 가장 먼저 손가락을 새하얀 가터벨트에 미끄러트렸다.

 

 공단의 매끈한 감각이 손가락에 와 닿고, 라이는 제 손가락 하나의 넓이인 선을 따라 깨끗하고 예쁜 선을 가지고 있지만 근육이 탄탄히 잡혀있는 다리의 오버니삭스로 손가락을 내렸다. 버번은 잠시 움찔하더니 다시 편하게 앉았다. 허리 밑에는 베게가 두개 겹쳐져 있어 편안하게 기댈 수 있었다.

 

 허벅지와 무릎, 정강이와 발목을 지나친 손가락이 발끝에 닿자 라이는 손을 발목의 뒤에 넣고 자그마한 발을 들어 올렸다. 그 끝에 입을 맞추자 분홍색 립스틱이 그 끝에 자취를 남겼다. 새하얀 그것에 라이로 인해 다른 색이 섞이자 짜릿한 쾌감이 잇따라 느껴졌다. 약간의 정복감이라 해야 할까, 자신으로 더럽혀진 순결에 대한 기묘한 만족감이라 해야 할까.

 

 버번은 제 발끝에 입 맞추는 라이의 정수리와 그 밑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속눈썹, 오똑한 코와 입술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경건하게 이루어진 그 입맞춤이 끝나고 고개를 들자 그녀의 초록빛 눈이 곧장 자신의 눈과 맞춰져 가만히 그녀가 자신을 헤드에서 끌어내리고 위로 올라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라이는 헤드에서 끌어내려지며 밀려올라간 슬립으로 인해 매끈하게 드러나있는 배에 입을 맞췄다. 버번의 입술에서 라이의 입술로 옮겨갔던 분홍빛 색채가 이번엔 버번의 배로 옮겨갔다. 부드러운 살이 얇은 입술에 닿으니 더 보드랍게 느껴져서 입술을 배꼽 주위를 돌며 문지르자 간지러운지 위에서 명랑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두운 피부에 안 어울릴 것처럼 어울리는 분홍색이 배에 자취를 남기자 흰 손가락이 그 위를 덧그렸다. 자신의 입술이 닿은 곳이라는 증표처럼 남아있어 기분이 좋았다. 영원히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손가락이 몇 번 스치고 지나가자 흐릿해진 자욱에 라이는 조심스럽게 손을 배에서 약간 위로 움직였다.

 

 가슴으로 움직인 유려한 손가락이 브래지어를 살그머니 쓸자 버번은 짙은 웃음을 지었다. 꽤 고급 브랜드의 것인지 레이스의 느낌이 부드러웠다. 짧은 손톱은 레이스에 걸리지 않아 계속 그 위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곳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충동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어 라이는 위로 올라가 버번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쪽 겹쳤다 떼고 브래지어의 위로 드러나 있는 야트막한 언덕에 입술을 문댔다.

 

 라이는 고개를 들고 버번의 가슴에 새겨진 자욱을 보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입가에 띠웠다. 그리고 눈을 더 올리니 얇은 목이 자꾸 눈에 걸려 한 번 더 버번의 입에서 립스틱을 훔쳐와 목에다가도 분홍색 자국을 남겼다. 마음 같아선 온 몸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싶었지만 버번의 입술에 남은 립스틱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그러다가는 버번에게 한 대 맞을 것 같아 그 욕망을 꾹 누르고 목에 남은 자국에 한 번 더 입술을 맞춘 후 고개를 들었다.

 

 라이는 버번에게 입을 맞추었다. 보드랍게 닿아오는 입술이 기분 좋았다. 버번의 입술에 발린 립스틱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 맛도 달콤하려나 했지만 립스틱의 맛은 텁텁한 화장품의 맛이었다. 그것을 무시하고 입 안으로 침투하자 그 안에는 방금 입에 대었던 버번의 맛이 아직 남아있었다. 향기는 날아 간지 오래였지만 쌉싸름한 그 맛은 버번을 닮아있어 라이는 기분 좋게 혀를 놀리다 입술을 떼어냈다. 하지만 정작 입을 떼고 보니 상대의 얼굴은 찡그려져 있었다.

 

 “에페페, 버번 맛이 계속 입에 남잖아요.”

 “그럼 뭐가 먹고 싶은데?”

 “글쎄요. 사탕?”

 “아쉽게도 집에는 사탕이 없는데.”

 

 그럼 상관없으니 키스나 한 번 더 해줘요. 그러지. 둘의 입술이 다시 한 번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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