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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레이]My lovely vampire 본문
161105 아카아무 전력 60분 제11회
아카이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현관 쪽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권총 한 자루를 바지의 허리부근에 꽂아 넣고 현관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걱정이 무색하게 아카이가 잘 아는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후루야 레이. 그의 애인이자 이 집에 함께 사는 동거인이도 했다. 아카이는 후루야의 상태를 보고 경악하며 집안으로 그를 들였다.
후루야의 상태는 가히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복부에 난 상처로 출혈이 심해 식은땀이 온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젠장, 왜 병원을 안가고 이리로 돌아온 건지. 아카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려다 자신의 손목을 잡는 후루야에게 화가 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후루야는 고개를 젓고 갑자기 다른 말을 꺼냈다.
“후… 당연한 거긴 한데, 필수적인 거니까 물어보겠습니다. 당신 빈혈 같은 거 없죠?”
“당연하게 없지만.”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아카이의 말을 끊은 후루야는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는 얼굴을 아카이의 목 부근으로 가져가 향을 맡는가 싶더니 콱, 하고 목덜미를 물어버렸다. 길쭉하고 조금은 두꺼운 두 바늘과 같은 것이 정확하게 핏줄을 노려 꽂히자 아카이는 그 통증에 얼굴을 잠깐 찡그렸다. 몸속에 존재하던 피가 빠져나가자 심장은 적은 피를 온몸에 돌리기 위해 힘차게 박동을 빨리했다.
쿵쿵거리는 박동이 후루야의 이빨로도 느껴져 혀로 목을 슬쩍 핥았다. 그 움직임은 확실히 섭취를 위한 것과는 달라 아카이는 자신의 목에 매달린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색이 옅은 머리카락이 흰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스쳐갔다.
아카이는 피를 뽑히는 감각이 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부상을 입었을 시 쓰일 혈액이 부족하면 안 되는 일이니 미리 피를 뽑아가는 것은 FBI에서 꽤 자주 했던 일이었다. 그때의 감각은 그저 의무적으로 행하는 일이라 그런 것인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와는 상반되게 지금 이 상황은 후루야 레이라는 존재를 살리기 위해 하는 일이라 그런 것인지 꽤나 고양된 기분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이 없었다면 죽었을 수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과 자신의 피가 그에게로 흘러 들어간다는 배부른 맹수의 만족감이 아카이를 사로잡자 얼굴에 그 만족감이 드러났다.
후루야는 몇 분 정도 아카이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발끝이 조금 저릿해 질 때쯤 해서 입을 떼어냈다. 푸른색이었던 눈동자가 붉게 변해 고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 아카이는 그 눈을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후루야를 끌어당겨 그 입술을 겹쳤다.
피의 비릿한 향이 코를 통해 들어와 뇌를 지배했다. 그 비릿함이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은 아니었던지라 마음껏 혀를 섞었다. 입에 남은 소량의 피가 자신의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달아 놀라며 열심히 입 안을 유영했다. 길고 뾰족하게 나와 있는 두 송곳니가 혀를 긁고 지나가자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스쳐갔다.
짙은 키스는 후루야가 아카이의 목에 이빨을 박았던 시간정도만큼 이어졌다. 두 입술이 떨어지고 아카이는 후루야의 입가에 흐른 피를 핥아내고 씩 웃었다. 후루야의 눈은 붉은색에서 다시 푸른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붉은 눈도 잘 어울리긴 했지만 역시나 후루야에게는 푸른색이 더 잘 어울렸다. 아카이가 손을 들어 피를 흘렸던 근원지를 만져보자 상처는 흉터도 없이 사라진 채였다. 만족하고 손을 떼어낸 아카이는 여상하게 말을 뱉었다.
“흠, 그나저나 네가 뱀파이어일 줄은 몰랐는데. 할로윈은 이미 지나갔고. 조금 놀랐어.”
“난 당신 반응이 더 놀라운데요. 당신도 막 늑대인간 같은 거 아니죠?”
“설마.”
몸을 일으키며 놀리듯 물어오는 후루야에게 대답했다. 확실히 자신의 반응은 보통 인간들과는 다를 것이었다. 자신도 스스로의 반응에 놀라고 있으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후루야가 보통 인간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얼굴도 그 때문일까. 아카이의 궁금증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자 후루야는 피에 절은 셔츠를 벗으며 말했다.
“얼굴이 어려 보이는 건 뱀파이어인 것이 이유기도 하지만 유전이라는 게 더 커요. 저희 어머니가 인간이셨는데 되게 동안이셨거든요.”
피에 축축하게 젖은 셔츠는 잘 벗겨지지 않아 후루야는 조금 짜증을 내다가 결국 찢어버렸다. 어차피 버릴 것이니 상관은 없었다. 지금은 찝찝한 몸을 씻고 나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카이는 짜증스러운 후루야를 진정시키고 옷을 받아 휴지통에 넣었다. 후루야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동시에 침실로 들어간 아카이는 속옷과 보들보들한 잠옷을 가지고 나와 화장실의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
후루야는 빠르게 씻고 나왔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털며 셔츠와 비슷하게 피에 물든 바지와 속옷들을 전부 휴지통에 넣고 아직 공간이 조금 남은 쓰레기봉투를 꽉 묶어서 현관 앞에 두었다. 아카이는 후루야에게 손짓해 소파의 앞에 앉게 했다. 그 의미를 금방 알아챈 후루야는 쪼르르 다가와 아카이의 앞에 앉았다.
탈탈탈, 머리를 털어주는 수건이 기분 좋아 후루야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러고 보니. 후루야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옛날 옛적에 들었던 아버지의 말에 잠시 입을 우물거렸다. 아카이가 부드럽게 수건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꾹 누르자 녹진녹진하게 몸이 풀려 후루야는 입에만 머무르게 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아카이, 아까 나한테 피 빨렸을 때 어떤 기분 이었어요?”
“음… 별로 특별한 기분은 안 들었는데. 네가 내 피를 마신다니 기분이 좋았다는 것 빼고는.”
“뭐에요, 그게. 변태 아저씨 같아.”
“너 한정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 진짜! 후루야는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빼앗아 아카이에게 던졌다. 아카이는 가볍게 그것을 받아들고 자신을 덮쳐오는 작은 뱀파이어를 마주 안았다. 쳇. 후루야가 혀를 찼다. 아카이는 귀여운 투정에 후루야의 볼에 입술을 찍고 후루야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 피에 대한 보상은 언제 주는 건가? 내 피는 꽤 귀하다만.”
“내가 줘야만 받을 건가요?”
후루야가 씩 웃었다. 푸른색일 것임이 분명한 그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또 한 번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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