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없는 이곳은 새까만 어둠의 속과 같았다. Prayer Akai Shuichi X Furuya Rei “아무로씨, 오늘은 이만 들어가셔도 될 것 같아요.” “아, 그럼 이것만 정리하고 갈게요.” 아무로는 웃으며 아즈사에게 대꾸했다. 다 씻은 그릇을 냅킨으로 닦고 차곡차곡 쌓아 정리해 선반에 넣는다. 쉽고 간단한 작업이었지만 아무로는 그것이 아주 중요하고 힘든 작업이라도 되는 듯 하나하나 집중해서 닦아 넣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선반을 보며 잠시 뿌듯한 표정을 짓고 손을 모아 맞대어 문지르자 그의 표정이 흐려졌다 다시 웃음을 머금었다. 앞치마를 벗어 정리해놓고 아즈사에게 인사하자 밝은 인사가 되돌아왔다. 포아로에서 통하는 뒷문으로 나가 자신의 하얀 애마에 탑승한 아무로는 익숙하게 차를 몰아 베이커 가를..
상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정신력으로 살아남아 제 사랑스런 애인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어떻게 현관을 지나치고, 신발을 벗어 놓고, 방문을 열었는지는 모르겠다. 제 애인이 자고 있어 사람의 온기가 들어있는 침실에는 단촐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그래봤자 어차피 저와 제 애인 외에 들어올 일 없는 침실이다. 수면을 도와줄 수 있는 침대와 사랑스러운 애인만 존재하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흐릿한 눈으로도 깊은 잠에 취해있는 애인은 사랑스럽다. 저도 그 옆에 누워서 빨리 꿈나라로 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존재하는 절차들을 거칠 자신이 없어 문제일 뿐. 라이플백이 제 등에 없는 것을 보니 무의식중 집 안 어딘가에 잘 기대놓고 온 것 같다. 그 이상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깊고, 깊은 심해 속의 고요한 바닷물은 검은 빛만을 띤다. 탁했지만 언제나 빛나던 당신의 녹빛은 어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나. 탁한 검은 빛이 당신의 맑음을 가려 내 앞에서 당신이 사라진다. 후루야는 그것이 싫고, 또 싫었다. 제 앞에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존재의 불완전함이 싫어서 제 손으로 그것을 돌려놓고자 했다. 퍽, 그들이 익숙하게 듣는 타격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자신마저 심해에 들어온 것 마냥 답답한 실내였지만 그 음성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이 생겼다고 느꼈다. 심해의 압박 사이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한 번 깊은 바다를 마주했다. 딱딱한 광대뼈가 닿아온 손등의 뼈 대신 손끝이 찌르르 울려왔다. 네 존재만으로도 이리 떨리지만 그 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지 않는 당신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