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로씨, 오키야씨랑 사귀기 시작하신 것 맞죠?” 아무로는 약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작게 물어오는 아즈사의 행동에 잠시 동안 눈을 깜박거렸다. 그 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즈사는 축하드린다며 두어 번 박수를 치고 맑은 웃음을 얼굴에 띠었다. 카페에서 고백도 많이 받았었지만 전부 다 거절하더니 그 이유가 따로 있었었구나, 아즈사는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의 조합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로맨틱해서 그녀의 얼굴이 말갛게 붉어졌다. 아즈사의 물음에 깔끔하게 대답한 아무로는 만족스런 표정의 그녀가 떠나가자 닦고 있던 접시를 다시 들어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물기로 젖어있던 접시의 물방울이 아무로가 들고 있는 타올로 옮겨왔다. 다섯 개의 접시에서 물방울을 빼앗아 올 때 쯤 고개를 ..
남들에게 관심 받고 싶으면서도 관심 받는 게 무서워. 모순이지 정말. 후루야는 조소했다. 제 신분으로는 남들에게 관심을 받기는 무슨 그 관심을 떨쳐내야만 했다. 그 사실은 저를 갉아먹고 있었고, 확실히 그는 자신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이곳에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 아무도 모르는 나인데. 과연 자신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발밑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라는 존재가 지워지고 그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볼 옆에서 살랑이는 금색 머리카락의 감각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었다. 공안의 동료들도 서로를 인식하지 않으며 지나치는데 타인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가진 이름도 많았다. 아무로 토오루, 버본, ..
후루야는 언제까지나 그를 잊지 않고 살 마음이 없었다. 평범하게 그를 잊고, 평범하게 좋은 여자를 만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아 은퇴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도 눈을 감으면 저 암흑 너머의 눈꺼풀에 떠오르는 그의 모습이 평범함을 잡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후루야는 오로지 그것만을 원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지. 오늘도 꿈에 나온 그의 마지막 모습에 후루야는 그러쥔 손을 눈 위에 올려두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메마른 한숨만이 입에서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 남자는 오늘도 과거와 한 치도 달라짐 없는 모습이었다. 짙은 다크서클과 빼쭉하니 올라간 눈매, 홀쭉하게 들어간 볼 때문에 강조되는 광대뼈, 후루야가 그의 신체부위 중 가장 좋아했던 녹빛이 짙은 눈까지. 그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