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라이는 손에 들린 위스키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상의 불빛으로 인해 칠흑 같지만 밝은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들이 창조해낸 인공적인 불빛으로도 덮을 수 없는 환한 만월의 달빛만이 하늘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달빛에 취해 잠시 신경을 느슨히 했다가 등에 닿아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정신을 차리자 흰 목에 가느다란 팔이 감겨왔다. “버번.” “뭐해요?” “그냥 잠시.” 버번은 라이의 목에 매달려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한 채 손만 뻗어 라이의 위스키 잔을 빼앗아 한 입 마시곤 혀를 빼어 물었다. 향긋한 냄새와는 달리 씁쓸한 맛이 입가에 계속 남아 정작 그 이름을 가진 버번은 좋아하지 않는 위스키였다. 그녀는 위스키 잔을 다시 라이의 손에 쥐여주고 투덜거렸다. “또 버번이에요? 참 질리지..
카페는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일부러 카페에 사람이 드문 시간을 골라 그 느긋한 시간을 즐기러 온 여성은 그 안쪽을 바라보자 잠시 놀란 듯 눈의 크기를 약간 키웠다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의 카메라가 향한 곳에는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는 두 남성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몇 달 전 여성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이었는데, 겉으로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것 같아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했었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그 마음을 자연스럽게 접었다. 그들은 겉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 눈빛에서, 그 기운에서, 그 몸짓에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묻어나와 굳이 그 사이를 파고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Rye X Bourbon 버번은 자연스럽게 트리거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로 총구를 라이의 머리에 들이밀었다. 턱 끝을 노린 총구는 아무런 떨림 없이 그 자리에 존재했다. 그저 존재했다. 안전장치가 해제된 핸드건은 손가락을 약간 당기는 것으로 총알을 내보내 이 남자의 머리를 꿰뚫을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남자는 그대로 죽겠지. 스카치처럼. 고요한 방 안에 원념과 일정한 후회가 얽히고 설켰다. 그 안에서 살그마니 피어나는 애정이 미칠 만큼 증오스러워서 버본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 방아쇠를 당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해 놓은 모든 일들이 일순간에 무너질 일이었다. 스카치의 목숨까지 갈아 넣어 악착같이 올라온 이 자리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