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AKAM/단편 (24)
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이라 생각한 그 끝에서 “레이군!”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레이군!!!” 아아, 덧없어라. Written by. 브루나 후루야는 문득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얀 천장이었고, 공중을 떠도는 익숙한 냄새에 자신이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자신은 분명 수사 도중 총에 맞고 쓰러졌을 터였다. 목표물은 잡았나? 당연한 순리라는 것 마냥 자신의 상태보다 체포 여부를 떠올렸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을 살피기 시작했다. 통증의 근원지는 다리와 오른쪽 하복부였다. 통증이 있지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보니 뼈나 신경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루야의 의식은 마지막 순간에 들었던 그 소리를 떠올렸다. 분명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 의식이 멀어지는 그 ..
타박, 타박. 들릴 리 없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 발소리는 너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의 것일까. 시야가 흐릿해졌다. Written by. 브루나 아카이는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게 태양이 눈을 감은 밤이 찾아와 빛은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빛들만이 존재했다. 그 빛들이 태양을 닮아 꽤나 강하게 밝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으나, 아카이는 별을 보기 위해 창밖을 보는 것이 아니었기에 조용히 자리에 앉아 한 사람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 방 밖의 세계는 이제 기억나지 않았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기억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원념을 신이 이루어주신 것인지 아카이에게 남은 기억은 이 집의 주인인 후루야와 그에 관련된 것들뿐 이었다. 물론 그와 관련된 것이라면 후회에 점..
오키야는 어김없이 오늘도 포아로로 향했다. 요즘 들어 오키야의 일상생활의 사이에 눌러앉은 ‘포아로 가기’는 오키야의 정신건강에 꽤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으므로 즐거운 마음이 포아로로 향해 가는 발걸음에 나타났다. 흥겨운 깃든 발걸음으로 포아로에 도착하자 오키야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로의 뒷모습이었다. 모리 탐정과 그의 딸이 함께 와있는 것 같았다. 꼬마는 없는 건가? 오키야는 눈으로 그들을 훑고 코난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어정쩡하게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란은 모리 탐정이 아무로와 대화를 하는 동안 오키야를 발견하고 살짝 눈인사를 건네 왔다. 오키야도 고개를 살짝 끄덕여 대답하고 언제나 같은 메뉴지만 한 번 메뉴판을 살폈다. 그 사이에 아무로를 옅은 실눈의 ..
Smilax sieboldii:청가시덩굴의 학명 당신이 만드는 그 가시덩굴에 나는 스스로 들어갔다.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Written by. 브루나 오늘이 당신을 만나는 날이기에 언제보다도 신경을 많이 썼다. 당신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눈길을 보내줬으면 해서 그렇기도 했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지 않았으면 해서 그렇기도 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현재 나의 연인이다. 그가 나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로, 엘레나 박사님의 딸이 중학생이 되어 내가 적당히 그 집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는 내가 혼자 살게 된 옆집에 살고 있었다. 박사님이 어떻게 연락을 하신 것인지 그는 이미 나를 알고 있었고, 나를 챙겨주려고 했지만 어느새 포지션이 바뀌어서..
161105 아카아무 전력 60분 제11회 아카이는 집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현관 쪽에서 사람이 쓰러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권총 한 자루를 바지의 허리부근에 꽂아 넣고 현관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걱정이 무색하게 아카이가 잘 아는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후루야 레이. 그의 애인이자 이 집에 함께 사는 동거인이도 했다. 아카이는 후루야의 상태를 보고 경악하며 집안으로 그를 들였다. 후루야의 상태는 가히 최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복부에 난 상처로 출혈이 심해 식은땀이 온몸에서 나오고 있었다. 젠장, 왜 병원을 안가고 이리로 돌아온 건지. 아카이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려다 자신의 손목을 잡는 후루야에게 화가 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후루야는 고개를 젓고 갑자기 다른 말을..
1)오키야 스바루, 즉 아카이 슈이치는 오늘도 어김없이 포아로에 발 도장을 찍으러 왔다가 잠시 그 발을 멈칫했다. 누가 봤다고 하더라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멈칫함이었지만 그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확연한 진실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물론 그 충격이 꼭 나쁜 이유라는 것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오키야는 지금 오늘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미소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무로는 무언가의 한기를 느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늘의 포아로는 할로윈이라는 분위기를 양껏 낸 듯 익숙하게 맡아보지 못했던 호박냄새가 내부를 감싸고 있었고 검은 색종이로 박쥐모양을 내 가게의 곳곳에 붙여놓았다. 마스미네가 지난번에 만들고 있던 게 이런 거였나. 흐음, 눈..
오늘도 너의 기억에 감싸인다. 너는 나에게서 떠나버렸지만 너의 기억만은 나에게 남아있기에. Written by. 브루나 “슈, 요즘 밥은 먹고 다녀?” “아아.” 조디는 여상하게 말을 꺼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말을 꺼냈다. 그가 걱정되는 마음을 감추고. 아카이 슈이치의 현 건강상태를 살펴보자면 꽤나 안 좋은 축에 속한다. 조디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언뜻 봤을 때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결론이었다. 언제나 있던 다크서클이 더 짙은 색을 띄어 밑으로 더 내려와 있었고, 원래부터 푹 꺼져있던 볼이 더 들어가 광대가 많이 부각 되고 있었다. 조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이에게 이 이상으로는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 그가 잃은 것이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16살의 후루야 레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Written by. 브루나 그 꿈의 시작은 언제나 일상으로부터 시작한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만나 놀다가 수업시간에는 공부를 하고.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 숙제를 하거나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 레퍼토리는 언제나 똑같았다. 평범하고 삶의 어딘가에 있을 법 한 그런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지나가고 잠에 들면 주위가 모두 다 검게 변하면서 빛은 단 한 곳에서만 스며들어온다. 몸과 머리가 시키는 대로 그 빛을 향해 다가가다 보면 점점 발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꿈이라서 그럴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감각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예민해지고 더 섬세해진다. 다리의 근육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심장이..
아카아무 는(은) 신나는(한) 분위기로 커피컵, 담요 과(와) 그런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라는 멘트가 들어가게 연성합니다 *신나는 건 좀 무리라 그냥 잔잔하게*의식의 흐름이 흘러갑니다… 흘러갑니다… 레드썬 아카이는 소파에 앉아 자신의 어깨에 기댄 후루야의 발끝이 조금 꿈틀거리며 안으로 곱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눈을 잠시 의심했지만 실버 불렛이라 불렸던 사내의 시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한 번 더 꼬물거리는 발끝을 바라보고 슬그머니 웃자 후루야의 시선이 의문을 띄며 아카이의 얼굴로 향했다. 후루야는 소위 말하는 아기체온을 가지고 있었다. 겨울에도 손과 발은 따뜻하게 유지되며 아카이의 차가운 손을 녹여주고는 했었다. 하지만 역으로 추위를 잘 느끼는 ..
*의식의 흐름 주의 자, 시작으로 한 번 돌아가 보자. 아카이는 기본적으로 천재 타입이었고, 후루야는 범재와 천재 그 사이에서 노력을 더해 천재로 여겨지는 사람이었다. 후루야가 아카이를 천재라고 인식했을 때 꽤나 기분이 상했으며 자신이 저 인간보다 못하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아카이의 IQ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이 그저 그렇게 넘겨버릴 수 있는 것들도 아카이는 세세하게 모두 다 기억하고 있었다. 후루야가 아카이의 다크서클과 IQ를 연관 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우연이었다. 우연히 어디선가 IQ가 높은 사람은 뇌를 잠재우는 것이 오래 걸린다고 하는 것을 들었고, 실제로 아카이는 잠에 들기 위해서는 꽤나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진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