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LunaB (37)
달이 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상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정신력으로 살아남아 제 사랑스런 애인이 있는 집에 도착했다. 어떻게 현관을 지나치고, 신발을 벗어 놓고, 방문을 열었는지는 모르겠다. 제 애인이 자고 있어 사람의 온기가 들어있는 침실에는 단촐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 그래봤자 어차피 저와 제 애인 외에 들어올 일 없는 침실이다. 수면을 도와줄 수 있는 침대와 사랑스러운 애인만 존재하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흐릿한 눈으로도 깊은 잠에 취해있는 애인은 사랑스럽다. 저도 그 옆에 누워서 빨리 꿈나라로 향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전에 존재하는 절차들을 거칠 자신이 없어 문제일 뿐. 라이플백이 제 등에 없는 것을 보니 무의식중 집 안 어딘가에 잘 기대놓고 온 것 같다. 그 이상은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어..
깊고, 깊은 심해 속의 고요한 바닷물은 검은 빛만을 띤다. 탁했지만 언제나 빛나던 당신의 녹빛은 어찌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나. 탁한 검은 빛이 당신의 맑음을 가려 내 앞에서 당신이 사라진다. 후루야는 그것이 싫고, 또 싫었다. 제 앞에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 존재의 불완전함이 싫어서 제 손으로 그것을 돌려놓고자 했다. 퍽, 그들이 익숙하게 듣는 타격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자신마저 심해에 들어온 것 마냥 답답한 실내였지만 그 음성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숨 쉴 틈이 생겼다고 느꼈다. 심해의 압박 사이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한 번 깊은 바다를 마주했다. 딱딱한 광대뼈가 닿아온 손등의 뼈 대신 손끝이 찌르르 울려왔다. 네 존재만으로도 이리 떨리지만 그 깊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지 않는 당신은 싫다..
“아무로씨, 오키야씨랑 사귀기 시작하신 것 맞죠?” 아무로는 약간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작게 물어오는 아즈사의 행동에 잠시 동안 눈을 깜박거렸다. 그 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즈사는 축하드린다며 두어 번 박수를 치고 맑은 웃음을 얼굴에 띠었다. 카페에서 고백도 많이 받았었지만 전부 다 거절하더니 그 이유가 따로 있었었구나, 아즈사는 속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성 알파와 우성 오메가의 조합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로맨틱해서 그녀의 얼굴이 말갛게 붉어졌다. 아즈사의 물음에 깔끔하게 대답한 아무로는 만족스런 표정의 그녀가 떠나가자 닦고 있던 접시를 다시 들어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물기로 젖어있던 접시의 물방울이 아무로가 들고 있는 타올로 옮겨왔다. 다섯 개의 접시에서 물방울을 빼앗아 올 때 쯤 고개를 ..
남들에게 관심 받고 싶으면서도 관심 받는 게 무서워. 모순이지 정말. 후루야는 조소했다. 제 신분으로는 남들에게 관심을 받기는 무슨 그 관심을 떨쳐내야만 했다. 그 사실은 저를 갉아먹고 있었고, 확실히 그는 자신에 대한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나는 이곳에 살아있는 것이 맞을까. 아무도 모르는 나인데. 과연 자신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 맞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자신의 발밑이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라는 존재가 지워지고 그 누구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볼 옆에서 살랑이는 금색 머리카락의 감각만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뿐이었다. 공안의 동료들도 서로를 인식하지 않으며 지나치는데 타인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가진 이름도 많았다. 아무로 토오루, 버본, ..
후루야는 언제까지나 그를 잊지 않고 살 마음이 없었다. 평범하게 그를 잊고, 평범하게 좋은 여자를 만나고, 평범하게 아이를 낳아 은퇴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도 눈을 감으면 저 암흑 너머의 눈꺼풀에 떠오르는 그의 모습이 평범함을 잡을 수 없게 만들었지만 후루야는 오로지 그것만을 원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지. 오늘도 꿈에 나온 그의 마지막 모습에 후루야는 그러쥔 손을 눈 위에 올려두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메마른 한숨만이 입에서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 남자는 오늘도 과거와 한 치도 달라짐 없는 모습이었다. 짙은 다크서클과 빼쭉하니 올라간 눈매, 홀쭉하게 들어간 볼 때문에 강조되는 광대뼈, 후루야가 그의 신체부위 중 가장 좋아했던 녹빛이 짙은 눈까지. 그는 이..
라이는 손에 들린 위스키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상의 불빛으로 인해 칠흑 같지만 밝은 밤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들이 창조해낸 인공적인 불빛으로도 덮을 수 없는 환한 만월의 달빛만이 하늘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달빛에 취해 잠시 신경을 느슨히 했다가 등에 닿아오는 부드러운 느낌에 정신을 차리자 흰 목에 가느다란 팔이 감겨왔다. “버번.” “뭐해요?” “그냥 잠시.” 버번은 라이의 목에 매달려서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한 채 손만 뻗어 라이의 위스키 잔을 빼앗아 한 입 마시곤 혀를 빼어 물었다. 향긋한 냄새와는 달리 씁쓸한 맛이 입가에 계속 남아 정작 그 이름을 가진 버번은 좋아하지 않는 위스키였다. 그녀는 위스키 잔을 다시 라이의 손에 쥐여주고 투덜거렸다. “또 버번이에요? 참 질리지..
카페는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일부러 카페에 사람이 드문 시간을 골라 그 느긋한 시간을 즐기러 온 여성은 그 안쪽을 바라보자 잠시 놀란 듯 눈의 크기를 약간 키웠다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핸드폰의 카메라가 향한 곳에는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는 두 남성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몇 달 전 여성이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온 사람들이었는데, 겉으로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은 것 같아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뛰게 했었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그 마음을 자연스럽게 접었다. 그들은 겉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 눈빛에서, 그 기운에서, 그 몸짓에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묻어나와 굳이 그 사이를 파고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Rye X Bourbon 버번은 자연스럽게 트리거에 손가락을 올려놓은 채로 총구를 라이의 머리에 들이밀었다. 턱 끝을 노린 총구는 아무런 떨림 없이 그 자리에 존재했다. 그저 존재했다. 안전장치가 해제된 핸드건은 손가락을 약간 당기는 것으로 총알을 내보내 이 남자의 머리를 꿰뚫을 것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 남자는 그대로 죽겠지. 스카치처럼. 고요한 방 안에 원념과 일정한 후회가 얽히고 설켰다. 그 안에서 살그마니 피어나는 애정이 미칠 만큼 증오스러워서 버본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 방아쇠를 당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해 놓은 모든 일들이 일순간에 무너질 일이었다. 스카치의 목숨까지 갈아 넣어 악착같이 올라온 이 자리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허벅지에 찬 핸드건이 불편하게 허벅지를 조였다. 사르락 퍼지는 짧은 치마의 안에는 무서운 총기가 숨어 있었지만 버번은 웃으며 남자를 상대했다. 여차하면 핸드건을 꺼내 남자의 머리를 뚫어버리면 되는 임무였기 때문이다. 허리를 휘감은 팔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허리에 남은 익숙한 팔은 조금 더 가늘고 매끈하지만 단단한 근육을 가진 팔이었다. 기다란 머리에 가려져있는 귀에는 이어피스가 꽂혀 있었다. 그 이어피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좋지 않은 기분을 더 안 좋게 만들었지만, 그 감정 때문에 임무를 망쳐버릴 수는 없어서 버번은 꾹꾹 분노를 눌러 담았다. “그럼 아가씨는 여기 소속인 거야?” “후후, 아쉽지만 그렇게 되었어요.” 당신이 운영하는 곳으로 가면 좋을 텐데. 가식적인 미소와 꿀을 바른 듯 한 ..
http://www.lezhin.com/ko/comic/zonzaler/13대사를 약간 가져왔어요! 근데 여러분 이거 짱 재밌으니까 나랑 같이 보자 이거 정말 재밌어요 엉엉 그림체두 이쁘구 스토리도 이쁘구 짱 조아요 저랑 같이보자(영업 “아카이.” “음?” 아카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턱을 괴어 귀여운 제 연인을 사랑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았지만 아카이가 볼 때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 밖이라고 말하며 싸늘하게 손을 쳐낼 것이 분명해서 손만 움찔거릴 뿐이었다. 가죽재킷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담배갑을 손끝으로 쓸며 아쉬움을 달래자 후루야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끔하게 립스틱이 발린 입을 열었다. “이제 호칭좀 바꿔주지 않을래요?” “호칭을?” “네. 매일 레이군 ..